여자에게 가난은 막내아들이었다. 가난은 그의 명주치마에 들러붙어 연신 콧물을 훔치고 있었다. 조금 쌀쌀한 계절이었고, 사람들은 단풍나무처럼 서서 어색한 웃음을 꾹 참고 있었다. 등 뒤로 까만 햇살들이 저녁을 몰고 나타나고 있었다. 곧 어둠이 장독대 위로 한꺼번에 우수수 쏟아져 내릴 것이다. 가난의 지저분한 손을 꼭 붙들고 여자의 굳은 표정은 말한다. 이 가난을 키우기에는 사진 속은 너무 비좁다. 흰 고무신 콧날이 아프다. 쓰러져 가는 헛간을 배경으로  흙바람이 불어 닥치고, 내일이면, 사람들의 수심 깊은 이마 위로 장대비가 못을 박을 것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가난만이 사진 속에서 홀로 웃는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본다.

 

신윤서 시인

◆ 詩이야기 : 하나의 자궁 안에 머물다 태어 난 우리는 그녀에게 늘 미안했다. 여자의 몸을 빌려 세상에 난 뒤 여자의 일생을 뜯어 발긴 우리는, 일제히 빗소릴 내며 살을 파먹어 들어가는 누에 같은 것들. 한 장의 흑백사진을 들여다보면, 우리의 정체는 그녀 생애에 함부로 뛰어 든 손톱 깊숙이 박힌 가시. 한 줄의 떠도는 문장이 아니었을까. 

◆ 약력 : 2012년 평사리문학대상 시 부문 수상. 2013년 제2회 오장환신인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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