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구조 변화 소형아파트 수요 증가추세
지방 중심으로 중형 아파트 이상 가격 상승
부동산 규제완화 대비 선점투자 전략 필요

심형석성결대 파이데이아학부 교수

2000년대 초반 참여정부 부동산시장의 스타는 대형아파트였다. 자고나면 수천만원씩 가격이 오른 아파트도 대부분 강남 지역의 대형아파트들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역전됐다. 소형아파트 전성시대다. 인구구조의 변화로 인해 지역을 불문하고 소형아파트를 원하는 수요는 급격히 증가했다. 찾는 수요가 많으니 거래량 또한 많다. 하지만 대형아파트, 특히 오래됐으나 재건축 이슈가 없는 대형아파트는 그야말로 찬밥신세다. 이런 흐름에 조심스러운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그동안 외면 받았던 대형아파트의 가격이 꿈틀거리고 있다. 특이한 점은 대형아파트를 찾는 수요가 수도권이 아니라 지방에서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감정원에 의하면 최근 전국적으로 대형아파트의 가격상승률이 소형아파트를 추월했다. 2017년 1월 이후 전용면적 40㎡를 초과하고 60㎡이하인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0.1% 하락한 반면, 전용면적 135㎡를 초과하는 아파트의 상승률은 무려 4.66%였다. 수도권에서는 아파트의 규모별 가격상승률의 차이가 거의 없었으나, 지방권에서는 컸다. 같은 기간 지방권의 40㎡를 초과하고 60㎡이하인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무려 4.27% 하락했으나, 135㎡를 초과하는 아파트는 2.43% 상승했다. 대부분의 지방 아파트들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중형 이상의 아파트는 상승중이다.

이렇게 대형아파트의 가격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수급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사실 참여정부 시절 대형아파트의 상승률이 월등히 높았던 이유도 수급에 그 원인이 있었다. 당시에는 ‘소형평형의무비율’ 등 규제가 있어 대형아파트를 많이 지을 수가 없었다.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향해가면서 질 높은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증가했지만 규제로 인한 수급불균형이 대형아파트의 가격을 끌어올린 가장 중요한 원인이었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IMF를 극복하기 위해 규모(평형)에 대한 규제를 풀면서 대형아파트의 가격은 거침없이 상승하게 된다.

최근의 아파트 규모별 수급불균형도 과거와 비슷하다. 아무리 인구구조가 크게 변화하고 있지만 대형아파트의 감소는 그 수준을 넘어섰다. 2000년 초에는 40평, 50평, 60평 아파트들이 흔하게 발견됐지만, 이제는 40평형대의 아파트만 간간이 보인다. 부동산지인(www.aptgin.com)에 의하면 전체 입주물량에서 40평 이상의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8년에는 3.54%에 불과하였다. 2019년, 2020년에도 5.04%, 4.61%에 그친다. 이에 반해 20~30평형대 아파트는 2018년 89.38%, 2019년 91.60%, 2020년에는 무려 93.74%에 이른다. 대부분의 아파트들이 20~30평형대만 지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수급불균형은 수도권보다는 지방에서 더 크게 벌어지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왜 지방에서는 수도권보다도 더 대형아파트를 짓지 않았나. 부동산 경기침체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지방 아파트들이 본격적인 침체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까지 아파트 가격이 올랐던 부산의 경우에는 규모별로 가격상승률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물론 부동산경기가 좋았던 서울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현재 입주하는 아파트가 분양을 했던 2~3년 전의 시점에서 부동산 경기 침체를 보였던 우리 울산은 대형아파트의 가격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수급에 불균형이 생긴 것이다.

실제로 부동산경기가 좋지 않았고 상대적으로 입주물량이 많았던 울산의 경우에는 2018년과 2019년에 입주하는 아파트에서 40평형 이상의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1% 수준이다. 1만세대가 입주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1단지에 1동 정도만 40평형대 이상의 아파트를 배치한 것이다. 50평형대 이상은 더 심각하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단지 24채만 입주할 따름이다. 이런 영향으로 울산은 소형아파트(-11.47%)의 가격 하락률은 심각한데 반해, 대형아파트(-1.61%)는 그래도 선전중이다.

지방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서울 부동산시장의 상승에 제동이 걸리고 지방 부동산시장에 대한 지원이나 규제완화의 움직임이 시작된다면 지방 부동산시장도 본격적인 상승국면에 진입할 것이다. 투자자든 실수요자든 이런 때를 대비해서 주택 규모를 고려한 선점투자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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