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수많은 세포조직의 유기체
위기는 인구·산업구조변화·고령화
조선 불황 등 장기불황 탈울산 원인

신산업 육성 등 각종 대책 효과 별무
일자리 확충 등 획기적 대책 안보여
역사·자연·문화 유기적 결합 아쉬워

 

김병길 주필

도시의 위기는 인구 감소, 산업구조 변화, 고령화 등과 함께 다가오고 있다. 위기의 도시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개발 방식으로는 어렵다. 각각의 특징을 살려 사람과 역사, 자연, 문화를 유기적으로 결합시키면서 쇠퇴하는 도시에 새 생명을 불어 넣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 즉 도시재생이다. 사람을 중심에 둔, 재활용을 넘어서 새활용에 몰입해야 한다. 지역의 정체성을 살리고 지속 가능성까지 약속하는 도시재생. 원래 모습을 최대한 유지하고 그곳이 갖고 있는 특징을 살리면서 지역 주민들의 터전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예를들어 스페인의 빌바오는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 분관을 유치해 도시재생의 교과서로 불린다. 도시재생 정책을 가장 먼저 도입한 나라 영국 런던도 있다. 미래 항구도시 일본 요코하마 등 선진 사례를 볼 수 있다.

영국 런던은 정치·경제·문화·교통의 중심일 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도시 중 하나다. 사실상 영국연방의 축이다. 특히 런던의 ‘킹스 크로스역’ 일대는 산업혁명 발상 때부터 유럽의 중심 교통지로 번창했다. 하지만 영국의 제조·물류업 쇠퇴로 역은 기능을 상실했다. 역 주변마저 버려진 땅이 됐다. 100년 뒤, 이를 일으켜 세운 건 ‘공공성’을 강조한 도시재생사업이었다. 지금까지 킹스 크로스역 일대에서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는 도시재생의 가장 대표적인 예로 꼽히고 있다.

지난 9월말 현재 울산시 인구는 2개월 동안 1,237명이 줄어들면서 117만7,000명대를 기록했다. 34개월 연속으로 이어지는 ‘탈울산’ 행렬이다. 이같은 추세라면 116만명대로 내려 앉는 것은 시간문제다.

1997년 광역시 승격 당시 101만 3,070명에서 2015년 11월말 120만640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한 달 뒤인 2015년 12월 119만9,717명으로 줄기 시작해 34개월 연속 내리막 길을 걸었다. 지금은 4년 9개월 전인 2013년 10월(117만7,044명)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장기간 이어지는 탈울산의 가장 큰 원인은 조선업이 장기불황에 허덕이면서 근로자들이 울산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현대중공업에서 퇴직한 정모(59) 씨는 그동안 살아왔던 울산 동구의 아파트를 헐값에 팔고 울산보다 경제사정이 좋다는 부산 해운대의 아파트를 구입했다.

경기불황으로 갈수록 인구가 줄고 있는 울산 동구에서 집을 가진 것보다 부산의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가치가 있기 때문이었다. 

가뜩이나 경기 불황으로 돌지 않고 있는 울산지역 자금이 역외로 유출되고 있음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산업도시가 붕괴하면서 자금 유출이 심각해지고 있다. 산업도시에 있던 자금이 지역에 투자되지 않고, 서울 등 수도권과 다른 지역으로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다.

실제 울산 동구의 경제지표를 보면 위기를 고스란히 실감할 수 있다. 공장 가동을 멈춘 현대중공업 해양공장 인근 방어동의 원룸 공실률은 30%로 2016년, 2017년(10%) 보다 20% 포인트 상승했다. 부동산 거래량도 지난 8월 101건에 그쳐, 지난해 같은달(287건)에 비해 64.8% 곤두박질 쳤다. 이는 울산지역 평균 부동산거래 감소율(30.9%)에 비해 두 배를 넘는 수치다.

도시는 수많은 세포와 조직들로 구성된 유기체라고 한다. 모든 도시들은 각각 고유의 표정이 있다. 표정이란 ‘마음 속에 품은 감정이나 정서 등의 심리상태가 겉으로 드러남 또는 그런 모습’이다.  

일본에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비명을 지르는 지방도시들이 많이 있다. 인구 131만 명의 사과의 고장 아오모리현 인구는 꾸준히 줄고 있다.

그런데 이 지역에서 이례적으로 북적이는 곳들이 있다. 바로 아오모리 현립미술관과 도와다 현대미술관이다. 2006년 개관한 아오모리 현립미술관은 샤갈과 나라 요시토모 작품들로 유명하다. 아오모리는 미술관 투어로 연간 100망명이 넘는 방문객이 몰려들고 있다. 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 쇠락의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다는 얘기다.

인근 도와다 현대미술관은 또 어떤가. 동네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혹은 빨래를 널며 담장 너머로 미술관 작품 일부를 볼 수 있도록  개방형의 마을 친화적 미술관으로 지었다. 여기에 좋은 작품을 유치하기 위해 아예 작업공간과 전시공간을 화가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해 대박을 친 사례다. 대도시에 비해 문화혜택이 부족할 수 있는 지방 소도시에 이렇게 멋진 미술관들을 자리 잡게 한 지자체의 발상의 전환이 놀랍다.

 울산시는 수년 전부터 신산업 육성과 출산·보육 친화도시 조성, 베이비부머 정주 여건 조성, 교육인프라 확충, 청년지원대책, 도시 균형발전 등 갖가지 대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지만 인구 감소현상은 멈추지 않고 있다. 민선 7기를 맞아 일자리 확보 등을 위해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소 건설 등 신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같은 사업이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지, 언제쯤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여러 가지 인구 증가 대책과 사업을 추진중이지만 단기적으로는 한계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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