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앨범 ‘친구와…’ 발표한 김종진
  암 투병중인 멤버 전태관 쾌유 염원 담아
"후배들의 신선하고 재치있는 노래에 놀라
  내 속도 맞춰 따라와준 태관이에 고마워”

데뷔 30주년을 맞은 밴드 봄여름가을겨울(왼쪽부터 전태관, 김종진). 연합뉴스

 

“역시 인생은 참 변화무쌍하구나, 계획한 대로 다 되진 않는 거구나….”

데뷔 30주년을 맞은 밴드 봄여름가을겨울(김종진·기타 겸 보컬, 전태관·드럼, 이상 56)의 김종진은 요즘 생각이 많다.

밴드로 30년을 버텨낸 자축 순간에 멤버이자 36년 지기 전태관이 암과 싸우고 있어서다. 전태관은 6년 전 신장암 수술을 딛고 회복하는 듯했으나 2년 뒤부터 암세포가 어깨뼈, 뇌와 두피, 척추, 골반까지 전이돼 병상에 있다.

“태관이는 성경책도 읽으며 잘 이겨내고 있어요. 엊그저께 태관이 병실에 갔을 때, 미국에서 3집 작업하며 두 달간 KFC 닭 날개를 엄청 먹은 얘기를 했어요. 그날 둘이 치킨과 피자를 시켜 먹으며 옛날 음악 하던 얘기를 많이 했네요.”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종진은 홀로 지난 이야기를 하는 게 어색한 듯 보였다.
아픈 친구의 쾌유를 빌며 최근 김종진은 후배들과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이란 음악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우정이란 테마에 맞게 후배들이 짝을 이뤄 봄여름가을겨울 1~8집 곡을 재해석한 30주년 헌정 음반이다. 지난 4월 전태관 부인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후배들의 안타까운 마음이 모여 완성됐다. 음원 수익은 전태관에게 쓰인다.

혁오의 오혁×이인우, 윤도현×정재일, 십센치×험버트 등은 봄여름가을겨울 노래에 새 감성을 입혔다. 지난달부터 2곡씩 공개된 음원들은 뉴잭스윙, 어반 R&B 등으로 탈바꿈했다. 11일에는 황정민(배우)×함춘호(기타리스트)의 ‘남자의 노래', 윤종신×최원혁(베이시스트)의 ‘첫사랑'이 공개된다. 

후배들의 편곡 아이디어는 신선하고 재치있었다. “자신의 표현법으로 저희가 연주자란 사인을 넣어 오마주 했죠. 정말 치열하게 고민한 게 느껴져 고마웠어요.”

그는 “태관이가 나의 그림자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내가 태관이의 그림자였다”며 “햇볕을 받아야 뒤에 생기는 게 그림자 아닌가. 내가 태관이란 빛을 받았기에 존재했다”라고 돌이켜봤다.

 되새김질해도 그에게 지난 30년은 힘든 것 없이 아름답고, 할 만했던 시간이다. “우린 이인삼각으로 둘의 발을 묶고 뛰었죠. 세상 사는 속도가 같은 사람은 없는데, 전 늘 더 잘하자고 채근했어요. 3년 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아들에게 빨리 가자고 재촉하니 힘들어했죠. 그걸 보면서 ‘태관이도 힘들었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술이나 ‘잡기'도 태관이에게 배웠어요. 당구를 못 쳐서 제가 기타를 꺼내면 이렇게 말했어요. ‘밴드를 위해 당구를 치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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