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것은 시민들과 나누고 싶다”는 조웅래 회장
‘계족산 황톳길 사업’ 등으로 지역민과 가치 공유  
 출혈마케팅 없이도 기업이윤 늘어나는 효과 거둬

 

이영규 울산정보산업협회 회장·아이티공간 CEO

요즘 새로운 아이디어와 재능으로 뭉친 젊은 창업가들이 하루에도 수 백 명씩 속출한다. 대부분 국내외 유명 대학 졸업생들로, 차별화된 신선한 마케팅으로 글로벌로 진출하고 있다. 아쉬운 것은, 이들이 글로벌 실력을 갖춘 만큼 한국에 뿌리를 두지 않고, 대부분 해외로 진출해 버린다는 것이다. 그들이 한국을 떠나는 이유는 “멘토가 없어서”라고 말한다. 한국에서 무일푼으로 시작해 사회적으로 존경받은 멘토가 어디있냐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행운아다. 나의 멘토는 20년간 건강하게 지금도 늘 곁에 있어주시기 때문이다. 운전도, 골프도 못하는 그는 항상 이렇게 말한다. 비행기 일등석 탈 돈이면 계족산에 뿌릴 황토가 몇 트럭이냐고. 그 황토를 밝는 시민들의 행복한 웃음이 비행기 일등석보다 행복하다고 말한다. 자신에게는 구두쇠지만, 고객과 함께 그 모든 가치를 공유한다는 그는 바로 대전과 충청지역의 소주 제조사, 맥키스컴퍼니의 조웅래 회장이다. 

평소 그를 존경해 온 사람들의 간절한 요청으로, 조웅래 회장을 울산으로 초청했다. 역시나 그의 시작은 남달랐다. 약속시간보다 먼저 아이티공간으로 오겠다고 해서 그러려니 했는데, 아침부터 그의 SNS의 사진들은 태화강 대숲을 배경으로 마라톤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었다. 급히 연락하니 목욕탕을 갔다가 사무실로 오겠다면서 한사코 배웅을 거절했다. 

조웅래 회장은 경북대학교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에서 3년 근무 후, 바로 사표를 던지고 중소기업으로 옮겼다. 33살이 되던 1992년 2,000만원으로 전화로 운세를 알아보는 음성서비스를 시작, 삐삐(무선호출기) 인사말 녹음, 휴대전화 음악편지 등으로 유명세를 탄 700-5425로 대박을 터뜨렸다. 삐삐가 사라지고 핸드폰이 등장하면서, 소리(음성서비스사업)나 술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는 생각에 경상도 청년이 대전에 있는 망해가는 소주 제조회사를 사들이면서, 아무런 연고도 없는 대전으로 거처를 옮겼다. 

소주 만들어 파는 일에 전념해도 시원찮을 판에 자신이 평소 즐겨 운동하던 계족산 산책로에 황토를 깔기 시작한 지가 벌써 11년째다. 계족산 황톳길 사업은 평소 즐겨 찾던 계족산에서 지인들과 함께 걷다가 하이힐을 신은 여성에게 운동화를 벗어주고 맨발로 걷게 된 것이 계기였다. 맨발로 걷게 되자 그날 저녁 몸이 따뜻해지고 머리가 맑아져 모처럼 숙면을 취했다고 한다. 이 좋은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해 산책길에 황토를 깔고 음악회 등을 개최했다. 이 비용은 연간 10억원 정도 든다. 입장료도 없다. 이 이름 없던 산길에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핫플레이스가 됐다. 

계족산 황톳길은 한국관광공사에서 뽑은 ‘한국관광 100선’에 연속 선정됐고 최근엔 한국관광공사와 문화체육관광부 공동 추천으로 ‘5월 걷기여행길 10선’에도 선정된바 있다. 
지역주민들이 감사의 마음으로 조 회장의 소주만을 팔면서 덩달아 ‘함께 잘사는 길'(상생)이 됐다. ‘소주 한 병 더 파는 것보다 사람 마음을 얻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유명 연예인을 내세워 광고하고, 출혈 마케팅으로 지출하는 대신 대중의 마음을 열고자 했다. 대중이 신뢰하기 시작하자, 내부 직원들 사기가 달라졌다고 한다. 사람들이 회사에 대해 칭찬하고 신뢰를 보내주자 스스로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게 됐고, 이직하는 직원이 거의 없는 회사가 됐다고 한다. 그저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믿고 따라주는 회사로 성장하면서 그만큼 비용이 줄어든 것이다. 

한편에서는 그의 이러한 행동들을 정치적 야망이나 경제적 이득을 도모한 것으로 오해하고 색안경을 끼고 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해의 시선에서 많이 벗어났다. 10년 넘는 시간 동안 신뢰가 쌓이고 공감을 해줬기 때문이다. 기업의 이윤추구를 위한 마케팅 활동이 아닌 지역과 지역민을 위한 가치를 창출해 공유하고 함께 상생하고자 하는 지역기업의 노력과 12년째 황톳길을 관리하는 진정성을 알아줬기 때문이다. 그가 앞으로도 영원한 멘토로 남아주길 기원하며 감사의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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