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잡이 나간 아버지
일곱 밤을 바다에서 자고
드디어
돌아오시는 날

갑자기 하늘이 어둑해지더니
굵은 소나기가 쏟아졌다.

동생과 나는
우리 집에서 가장 튼튼한
하늘색 우산을 챙겨서
바닷가로 급히 나갔다.
우산을 활짝 펴서
바위에 올려놓고 
아버지 태운 배를 찾아
고개를 기웃거리는데

파도가 먼저 달려와
허락도 없이
우산을 가져가 버렸다.

아버지 태운 배가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하는데
우산이 먼저 마중을 나가 버렸다.
 

 

김 영 시인

◆ 詩이야기 : 꽃게잡이 선장이 아닌 큰 마을 이장이였던 아버지는 자주 섬 밖으로 나갔다. 나는 언니와 바다를 바라보며 아버지를 기다리곤 했다. 4년 전 고향바다 바위에 둔 우산을 파도가 데려 갔다. ‘바다로 간 우산’이 놓여있던 바위에서 세월호의 노란 몸통이 한 눈에 들어온다. 2년 전 늦가을 산이 되어버린 아버지 자리에서도 세월호가 보인다. 마중나간 우산은 잘 있는지 궁금하다. 

◆ 약력 : 푸른문학상, 김장생문학상, 한국안데르센동시상, 5·18 문학상(동화) 동시집「떡볶이 미사일」,「바다로 간 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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