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에너지 만들어 사용하는 나무
학교‧가로수 등 대부분 맨땅에 심어져
옮겨 심는 나무들은 거름 등 도움 필요
쾌적한 환경 위한 작은 손길 실천해야

 

윤 석

울산생명의 숲 사무국장

‘育林 (육림)의 날’이라고 있었다. 11월 첫째 주 토요일 즈음으로 기억된다. 산에 심었던 나무를 가꾸는 날 행사를 했다(요사이는 식목일이 딱히 4월 5일이 아니듯) 11월부터 숲가꾸기의 날이라고 해 거름 주는 행사들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가을에만 거름 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봄도 괜찮다. 여름에도 괜찮지만 웃자라면 겨울을 나기 힘들 수 있는 수종들이 있어 조심해야 하고 다른 계절에는 무방하다. 단, 소나무종류는 거름을 주지 않는 것이 나무를 건강하게 키우는 방법이다. 유기질(퇴비)거름을 소나무에 줄 경우 솔방울이 많이 달리는 병이 걸려 점차 쇠약해질 수 있다. 소나무는 맨땅인 상태에서 뿌리와 연결된 버섯이 피는 균을 만들어서 버섯과 공생을 한다. 나무가 광합성을 통해 만든 과당(탄수화물)을 버섯이 먹고 버섯이 갖고 있는 물과 질소, 인 등 영양물질을 받아들인다. 거름이 많으면 이 공생 관계가 형성 안 되지 않아서 소나무는 밥만 먹고 사는 꼴이 된다.

나무는 상록수들도 가을이면 단풍이 들고 잎을 떨어뜨린다. 그것은 한 해를 마감하고 내년을 준비하기 위한 작용이다. 활엽수들은 잎이 없어도 광합성을 하고 산소를 내놓게 된다. 침엽수도 낙엽을 떨어뜨린다. 겨울에도 나무에 물을 주고 돌봐야 하는 이유다. 이때 거름을 보충해주면 봄부터 시작하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게 된다.

나무는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 사용한다. 자연스럽게 난 상태에서는 이 말이 맞을 수도 있지만 옮겨 심은 나무들은 스스로 선택한 삶이 아니기에 상태에 따라 옮겨 심은 사람들이 도와줘야 잘 자란다. 특히, 학교 운동장 가에 심어진 나무들은 밟히기도 하고 거름이 없다. 학교나 아파트, 도로 가로수들도 거름 성분이 없는 땅에 심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표면을 깎아내고 건물이나 도로 등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낙엽이 떨어져 썩어 부엽층이 된 20cm를 지층(地層)이라고 한다. 이 층을 걷어내버리면 심토(深土)가 나온다. 이 땅은 알칼리토양이거나 산성토양일 가능성이 많다. 나무를 심었는데 이유 없이 죽는다면 의심해 볼 만 한 상황이다. 옆에 나무들은 잘 자라는데 그 부분에 나무만 심으면 죽는다면 가능성이 높다. 이때는 토양개량을 하고 나무를 심어야 한다. 토질 검사는 농업기술센터를 통한 자문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공단이나 도로 등 공해물질이 주거지로 바로 넘어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법으로 지정된 완충녹지가 있다. 석유화학단지주변으로 조성하고 있다. 여기에 심어진 나무들은 다른 어떠한 곳보다 빨리 자라서 잎을 무성하게 달고 오염물질을 걸러줘서 땅으로 떨어뜨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실상은 심어놓은 지 몇 년 안 된 나무들은 정착하는 데 엄청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완충녹지는 지정된 지 오래되었으나 아직 절반도 조성되지 못하고 있다. 땅값이 올라 나무 심을 땅을 마련하는데 엄청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만들어진 숲이라도 빠르게 자랄 수 있도록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거름을 주는 일이 필요하다.

학교에서는 학교 나무가 잘 자라면 쾌적한 환경이 돼 아이들이 건강하게 뛰어 놀 수 있다. 학생들도 나무는 거름을 주고 돌봐야 잘 자랄 수 있다고 체험으로 알아야 한다. 교육의 일환이다. 매년 가을이면 학교 나무들도 고사리 손으로 돌보는 일이 일상화 됐으면 한다.
거름을 구입하는 비용 또한 나무를 사는 비용보다는 저렴하다. 이 가을 모교에 나무들을 위한 거름 한 포대 보내는 일도 따뜻한 온정의 손길이 아닐까 한다.
집 앞 공원이나 가로수에 물 한 바가지 주는 마음으로 거름을 줬으면 한다. 그 거름은 내년 더위를 물리칠 그늘로 돌아온다. 따라서 나무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주는 거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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