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 억원의 예산을 들여 준공한 남구 웨딩의 거리가 웨딩시즌에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섬미 기자  
 

대형웨딩홀의 ‘갑질’과 타지 업체의 무차별 진입으로 지역 웨딩업계가 위기에 빠진 가운데 지자체에서 펼치고 있는 이른바 공공웨딩사업마저 시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특히 공공시설에 임대 사업 중인 대형 웨딩홀들은 손님들에게 ‘웨딩 패키지’를 강요해 ‘수익내기’만 열중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지난 주말 찾은 울산 남구 웨딩의 거리. 한창 웨딩시즌이지만, 손님을 찾기 어려웠다. 두 집 건너 한집 꼴로 ‘임대’ 딱지가 붙어 있었다.

이날 만난 한 웨딩업계 관계자는 “반년 넘게 점포를 내놔도 인수할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며 “‘점포이전’ 안내장을 붙여둔 가게들도 기존 손님들 때문에 문을 닫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점포를 내놓은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남구는 상권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웨딩의 거리를 준공했다. 총 투입된 사업비만 3억6,000만원으로, 샴페인잔 조형물, 신혼부부 이름을 새긴 연인의 길도 조성했다.

하지만 지역 웨딩업체들의 일감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조선업 침체로 결혼 인구도 줄면서 웨딩의 거리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울산의 혼인 건수는 6,331건으로 최근 10년 동안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애초에 계획됐던 야외 스튜디오 조성은 추진되지 않았고, ‘차 없는 거리’도 무산됐다. 심지어 웨딩축제 등을 위해 확보한 예산 400만 원은 그대로 반납했다.

지역 웨딩업계 관계자는 “지자체에서는 이벤트 등을 진행하면 지원해주겠다고 하지만, 일감이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무슨 수로 이벤트를 하겠냐.”라며 “지역 중소업체들을 고사시키는 웨딩 홀의 갑질 등 고질적인 병폐가 개선되지 않은 한 무의미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패키지 등 ‘갑질’의 소지가 적은 각 지자체 운영 웨딩홀도 영세 웨딩업체엔 도움이 되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남구청웨딩홀은 지난 2016년 리모델링을 했음에도 △2015년 3건 △2016년 4건 △2017년 4건의 예식밖에 유치하지 못했다. 올해도 단 1건의 예식만 진행됐다. 동구는 2015년부터 올해까지 진행된 예식이 한 건도 없었고, 그나마 북구가 매년 10건 안팎으로 예식이 진행될 뿐이다. 지역 웨딩업체에 돌아 갈 물량은 거의 없고, 시민들도 경제적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공공체육시설에 임대사업으로 추진 중인 대형 컨벤션 웨딩홀도 공공성보다 수익성에 치중하고 있다.

울산에는 문수구장, 동천체육관 등 총 2곳으로, 지역에서 꽤 인지도가 높다. 문제는 인기만큼이나 묶어팔기 관행은 물론, 가격도 지역 웨딩홀 중 최상위권이란 점이다.

실제 이곳들의 패키지비용은 460~490만원. 피크시간 대는 드레스, 메이크업 등 예비부부들의 선택권도 없을 정도로 묶어팔기 관행이 심하다. ‘공공성’이 강조 돼야 할 시민편의시설이 ‘수익성’만 앞세워 예식비용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론 웨딩홀이 수익 내기에 열을 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있다. 매년 시설공단에 지불해야하는 수십억 원의 ‘임대료’ 때문이다.

한 컨벤션웨딩홀 관계자는 “연간 임대료를 부담하는 입장에서 수익이 있어야 회사 운영이 가능하다”며 “고객이 선호하는 시간대를 모두 오픈시켜두면 임대료 부담은 물론, 수익 자체가 떨어지게 된다.”고 해명했다.

또 “웨딩홀도 울산의 웨딩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지역 업체 지키기 등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공공시설 웨딩홀들이 오히려 수익내기에 치우쳐 있는 상황인데도 시설을 임대하고 있는 울산시설공단은 ‘강 건너 불구경 하듯’하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현행법상 ‘최고가 입찰제’를 택하고 있어 임대료 부담은 어쩔 수 없고, 업체 선정 과정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 지역 웨딩업계 관계자는 “시설관리공단이 관리하는 시설은 엄연히 시민이 주인이고, 시민과 지역 업체들을 위해 공공성이 강조돼야 한다.”며 “임대를 해 버렸다는 이유로 패키지 관행 등을 묵시하고 있어서는 안 되고,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할 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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