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12월 2일 전두환 전대통령이 검찰소환에 불응하며 참모들을 거느리고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골목에서 ‘대국민 담화문’ 발표 후 고향 합천으로 떠났다. 12·12 및 5·18 특별수사본부는 전 전대통령을 검거하기 위해 사전구속영장을 받아낸 상태였다.

12월 3일 전 전대통령이 군형법상 반란수괴, 불법진퇴, 지휘관 계엄지역 수소이탈, 상관 살해 및 미수, 초병 살해 등 6개 혐의로 고향인 합천에서 검거돼 안양교도소에 수감됐다. 검거반은 주민들과 실랑이 끝에 전대통령이 묵고 있는 내실로 들어가 영장을 집행했다. 체포작전은 TV에 중계되는 가운데 37분 만에 끝났다.

“미국의 전통적 가치에 헌신하며 세계 격변기에서 더 품위있는 국가를 이룩해낸 인물.” 11월 30일 94세를 일기로 별세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1989~1993년)에 대한 백악관 홈페이지의 전임 대통령 소개문 앞구절이다.

부시 전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에 군인(해군 비행사)으로 참전한 마지막 미국 대통령이다. 약관의 나이에 무공 훈장을 받고 제대한 뒤엔 석유사업가, 하원의원, 유엔 미국대사,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 폭넓은 경력을 쌓았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41대)과 그의 맏아들 조지 W 부시 전대통령(43대)을 제외하면 미국 역사에서 부자(父子)가 대통령을 지낸 경우는 2대 존 애덤스와 6대 존 퀸시 애덤스 전대통령뿐이다.

대통령 재임중에는 독일 통일(1990년), 소비에트 연방의 해체(1991년)에 힘입어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미국 군림)’의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극심한 경제 침체 여파로 차츰 지지기반을 잃었다. 결국 1992년 대선에서 “문제는 경제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해 재선에 실패했다.

하지만 그는 실패를 인생의 기회로 전환시켰다. 백악관을 떠난 뒤 인권, 자선단체를 통해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쳤다. 파킨스병마에도 90세 생일땐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등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정파를 떠나 존경받는 ‘전직의 품격’을 지켰다. ‘전직’을 줄줄이 감옥에 두고 있는 이나라가 너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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