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연령 37세․출산율 전국 평균 웃돌지만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민간산후조리원 없어
공공산후조리원으로 출생친화적 환경조성을

이동권울산 북구청장

2017년 기준의 각종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 북구는 울산에서 가장 젊은 세대가 많은 지역이다. 평균연령은 37세로, 전국 평균보다 훨씬 낮다. 합계출산율 또한 전국 평균보다 높은 1.385명이다.

북구는 신흥개발지다. 도시기반시설 확충과 각종 복지와 문화, 교육시설 설치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치는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영유아복지시설에 대한 수요는 여타 도시에 비해 더 두드러진다. 평균연령과 합계출산율이 이를 뒷받침한다.
올해 말부터 송정택지지구 17개 아파트에 2만명이 넘는 인구가 유입되면 복지시설 확충 요구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지난 선거에서 주민들과 공공산후조리원 건립을 약속했다. 호계매곡 도시개발사업지구에 지하1층, 지상3층 규모로 모자동실, 신생아실, 산후관리실, 간호사실, 식당, 세탁실 등을 갖춘 공공산후조리원 건립을 준비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공공산후조리원을 직접 건립하는 사례는 드물다. 대부분 민간에서 운영 중인 산후조리원을 활용한 민간위탁 형태다. 기초자치단체 자체 예산으로 공공시설을 건립하는 것은 특별히 재정규모가 좋은 일부 자치단체를 제외하고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공공산후조리원은 2015년 모자보건법 제15조의 17(지방자치단체의 산후조리원 설치) 규정이 신설되고, 2017년 일부 개정됐으나 현재 국비 지원에 대한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다.
국비를 확보하는 일이 최우선 과제가 됐다. 울산시와 정부 부처의 문을 두드려야 했다. 국비 지원에 대한 근거가 없다 보니 담당부서를 파악하고 접근하는 것 부터 쉽지 않은 일의 연속이었다. 마침 울산을 찾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송재호 위원장이 우리 북구의 사정을 듣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방문을 권유했다. 곧장 하루 일정을 비우고 직원들과 서울행 KTX에 몸을 실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실을 방문해 우리 북구의 특수한 상황을 전달하고, 공공산후조리원 건립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은 직속기구로, 정부가 추진하는 저출산 고령화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다.
이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김상희 부위원장은 국비 지원 근거는 없지만 북구의 특수한 사정을 반영해 시범적으로 운영,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한고비를 넘긴 듯 했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산적한 과제들이 눈 앞을 스쳐갔다.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국회의원은 지난 1월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산후조리원 설치·운영에 대한 국비지원 근거를 마련한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국가가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산후조리원 설치와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보조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공공산후조리원의 설치 운영 주체는 지방자치단체이므로 재원 또한 스스로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면역력이 취약한 신생아 감염 및 안전문제, 부모와 아이간의 애착 형성 저해 우려 등을 이유로 국비 보조는 신중히 검토해야 할 문제라는 의견을 냈다. 결국 법안은 상임위에 상정되지 못하고 계류중이다. 저출산 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정부 부처가 공공산후조리원 건립 지원에는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을 살리자며 지방분권을 외치지만 지방에서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는 일이 어렵다는 사실을 사업 준비 과정에서 체감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장이 중앙부처를 찾아 협조를 요청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공공산후조리원 건립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고, 우리의 노력을 보여줘야 했다. 어렵게 중앙부처의 문을 두드렸다. 과정이 어렵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주민들과 한 약속을 지키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북구에는 분만을 할 수 있는 산부인과와 민간산후조리원이 없다. 그래서 공공산후조리원 건립은 더욱 절실하다. 안전한 산후조리와 신생아 돌봄공간을 제공해 출생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출생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필자의 약속이기 전에 행정의 책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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