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백화점이 최근 감정노동자를 위해 배포한 고객 매뉴얼 ‘존중 받을 용기’.  
 

울산의 한 맥도날드 드라이브스루 매장에서 직원에게 음식을 던지는 등 ‘갑질’고객이 늘어나자 업계들도 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이른바 ‘워커밸(worker-customer-balance)’을 지향하고 나섰다. 지금까진 무조건 고객에게 친절만 강요했다면 이제는 소비자의 매너와 균형을 이룬다는 뜻인데, 감정노동자들을 위해 더욱 성숙된 소비자 인식이 요구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울산점을 비롯해 전 지점에 고객 매뉴얼인 ‘존중 받을 용기’를 제작해 배포했다고 12일 밝혔다.
백화점 측은 최근 감정노동자에 대한 사회 이슈에 대한 선제 대응과 현장에서 고객과 문제 발생 시 대응 방법이 명시된 고객응대 업무 매뉴얼을 마련하기 위해 이번 책자를 발간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고객응대를 위한 가이드라인은 고객 쇼핑을 위한 편의, 혜택 위주로 구성돼 고객의 과도하거나 무리한 요구 상황 등에 대한 매뉴얼을 보유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이번 매뉴얼은 ‘악성 컴플레인 제기 고객’ 판단기준과 유형, 응대 방법, 응대 테크닉, 상황별 참고법령으로 구성됐다.
예를 들어 매장에서 기물파손, 폭언, 성희롱 등 폭력적 행위를 하며 영업 방해를 한 고객은 과도성과 비윤리성에 해당된다고 판단해 고객진정, 중지요청, 경고, 응대종료 및 경찰 신고 등으로 진행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대형 백화점뿐만 아니라 지역 카페 등에도 블랙컨슈머(Black Consumer)로부터 ‘직원 보호하기’에 동참하고 있다.
북구 명촌동의 한 카페는 얼마전 ‘우리 직원들도 귀한자신들입니다’, ‘직원을 존중해주세요’ 등 문구를 부착했다.
점주 (24·여)씨는 “종종 직원에게 막말을 하거나, 무리한 것을 요구하는 일이 있어서 안내문을 부착했다”며 “직원들이 조금 더 존중 받는 환경에서 근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달 울산 북구 맥도날드 드라이브스루 매장에서 발생했던 ‘갑질’ 사건도 손님보다 직원 보호를 우선시 했다.
당시 차량에 탑승한 고객이 주문하는 과정에서 직원에게 음식이 든 봉투를 집어던지면서 갑질 논란이 일었다.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직원 보호와 피해 구제를 위해 경찰에 고발조치했다”며 “피해를 입은 직원이 고객의 진정한 사과를 받기 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대응했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 분석센터 김난도 교수는 “이제는 근무 시간 동안 고객과 나의 관계에서 내가 어떤 질적인 노동을 하느냐가 훨씬 중요해졌다”며 “존중받는 소비자가 되려면 ‘매너소비자(Manner Maketh the Consumer)’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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