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보게 된 어느 유치원 졸업발표회
아이들 재롱 뒤 아빠 5명의 속마음 감동
가족의 소중함 다시 느낄 수 있었던 시간

박형태인구보건복지협회 인구전문강사

최근 사립유치원이 집중폭탄을 맞고 있다. 교육기관의 한 축으로 1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유아교육의 산실임을 인정하면서도 국가 보조금을 받는 순간 모든 회계감사를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민간단체가 몇 십 만원 몇 백 만원 만 지원 받아도 감사를 받는 현실이다. 받는 입장에서는 규정대로 사용해야 하고 정산까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행정업무가 더 많아 지고 힘이 들어도 국민들이 더 높은 투명성을 요구하는 것은 국가 세금이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보조금의 흐름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e나라 도움시스템을 도입한지도 3년이 돼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치원의 역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어린이집 보육역할을 벗어나서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시기의 아이들은 감수성, 창의성, 지적발달 등 중요한 시기를 유치원이 도맡아하기 때문이다. 일부 사립유치원의 일탈이 있을지 몰라도 대 다수 유치원들은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을 것으로 인정하고 싶다.

이번 주말에도 가족문화회관을 찾았다. 주말마다 벨리댄스를 하는 우리 집 꼬맹이 가이드로 갔다가 위층에서 진행되는 울주군 모 사립유치원 졸업발표회에 들렀다. 전교생 중 절반인 80명이 졸업을 앞두고 그 동안의 실력을 발표하는 날이었다. 행사에는 졸업생과 가족들 300명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아이들은 3개월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가족 앞에서 보여주는 날 인지라 신명나게 맵시를 뽐냈다.
맛깔스런 부대. 화려한 의상, 신나는 음악마저 흥을 돋우어 모처럼 보기 드문 잔치 한마당이었다. 엄마, 아빠는 물론이고 보육의 중심으로 떠 오른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대거 참여한 날 이었다.

이날 울주군의 모 사립유치원 졸업발표회는 참가자 모두에게 감동을 받는 한 편의 드라마 였다. 가족의 필요성, 가족의 중요성, 가족의 힘을 느끼게 해주는 최고의 무대였다.
대부분 맞벌이 하는 젊은 부부들이라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자녀 양육과 교육을 맡아 하는 경우가 태반임을 이날도 여지없이 보여 주었다. 강도0 외할머니(68)는 연신 스마트폰을 눌러 댔고, 김민0 할아버지 김길0(69)님은 연신 박수를 쳐댔다.

이날은 아이들이 유치원 다니면서 배웠던 끼를 마음껏 엄마․아빠와 가족 앞에서 보여주었고, 마지막으로 부모님께 바치는 글을 합동으로 암송해 가족들을 또 한 번 감동 시켰다. 백미(白眉)는 아빠 5명이 무대로 불려 나와 가족에게 당부하는 시간이었다. 첫 번째 아빠 “아빠가 바쁘다는 핑계로 함께 못하는 시간이 많지만 항상 곁에 있어주는 아빠가 될게! 마누라 애 셋 키운다고 고생 했어 사랑해!!” 두 번 째 아빠 “지영아 어제 밤 오늘 발표 때 공연 잊을까 밤새 전전긍긍 하던데 오늘 발표 너무 잘해서 아빠 감동했어, 아들도~ 잘 키울게, 지영엄마 사랑해!”세 번째 아빠 “연우! 아빠가 장사한다고 잘 놀아주지도 못했는데 오늘 아빠 눈물 나더라! 여보 아이 둘 키우느라 고생 했어” 네 번째 아빠 “라울이 공연하는 모습 너무 감동 적이었고, 너무 잘했어, 사랑해! 준비한다고 고생했어, 우리 가족 똘똘 뭉쳐 잘 살자!!” 마지막 아빠 “공부 잘하는 것 보다 건강하게 자라 주는 게 내겐 더 큰 행복이란다. 항상 잘 할게, 가족 모두 사랑합니다!!”
무대 위에서 가족들과 참여자들 앞에서 가족의 이름을 부르며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아빠와 듣는 사람 모두 가슴을 울리는 감동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관객인 필자도 아빠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소름이 돋쳤는데, 자녀들이, 손주들이 재롱 피우는 모습을 본 가족들은 어떠하였을까? 가족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족의 힘이 얼마나 큰지, 가족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살맛나는지 보여주는 이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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