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얼마 되지 않아 사회적 단절이라는 벼랑에 선다. 또 다른 벼랑엔 ‘100세 시대’의 그늘인 ‘노년 빈곤’이 기다리고 있다. 일만 하며 살았기에 제대로 놀 줄도 모른다. 서울 종로 탑골공원 뒷마당인 낙원상가 실버영화관이 놀랍고 대견하다. “어르신들이 마음 편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을 한번 만들어보자”며 9년 전 상가 4층에 사회적 기업 ‘추억을 파는 극장’ 문을 열었다. 추억의 ‘허리우드 극장’이 한국 최초의 실버 전용 영화관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예상은 적중했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탑골공원을 찾는 어르신들이 몰려왔다. 장기나 바둑이 아닌 영화를 보기 시작한 것이다. 비오는 날은 ‘갈 곳 없는 실버’들로 붐볐다. 단돈 2,000원에 옛추억을 고스란히 떠올리게하는 영화를 마음껏 볼 수 있으니 ‘단골’이 생각보다 빠르게 늘었다. 300석 극장에서 첫해 관람객이 6만5,000명을 넘었으니 성공한 것 아닌가.

과거 허리우드 극장에서 상영했던 영화도 우선적으로 상영한다. “옛날 이곳에서 봤던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를 조사해보니 1968년 상영된 홍콩 여배우 리칭의 ‘스잔나’가 가장 많이 꼽혔다. 그러면 ‘스잔나’를 재개봉 하는 식이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노후 소득보장을 위한 본래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많았다. 소득의 9%를 내는 현재의 ‘덜 내고 더 받는’ 국민 연금으로는 연금수령액이 최소한의 생계유지가 어려울 정도여서 ‘용돈연금’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왔다. 

“설문조사에서 놀랍게도 국민 절반 가까운 분들이 국민염금제도를 현재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좋겠다는 의견을 보였습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네가지 국민연금 개선안을 설명하면서, 하나로 ‘현행 제도 유지’가 포함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현행대로 유지하면 현 세대는 괜찮지만, 다음세대에 빚을 떠넘기게 된다. 정부는 많이 주겠다면서 얼마나 들고, 어떻게 마련할지는 말하지 않는다. 수지 균형에 다가가는 보험료율 인상안을 내놓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제쳐둔 ‘폭탄 돌리기’는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 앵콜 상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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