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사가 마련한 2018년도 임금·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이 ‘4사1노조’ 체제에 발이 묶인 가운데 ‘타결’을 바라는 지역사회의 기대와 달리 노조 내부 분위기는 뒤숭숭하기만 하다.

10일 현대중공업 분할사 중 한곳인 현대일렉트릭 노사는 끝내 2018년도 임단협 본교섭을 열지 못했다. 계속된 실무협의에도 노사의 의견이 좀처럼 모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에 이어 현대중공업지주와 현대건설기계 노사가 잠정합의를 도출한 가운데 분할사 중 유일하게 현대일렉트릭만 교섭에 난항을 겪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가 유지하고 있는 ‘4사1노조’ 규정으로 현대일렉트릭의 잠정합의안이 나올 때까지 모든 사업장의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할 수 없다. 우여곡절 끝에 마련된 현대중공업 잠정합의안도 마냥 기다리는 신세다.

하루 빨리 임단협이 마무리되기를 고대하는 지역사회는 늦어지는 일정을 초조하기 지켜보는 입장이다.

동구의 한 주민은 “조선업 불황으로 몇년 사이 동구가 피폐해진 분위기”라면서 “매번 어렵게 진행되고 있는 현대중공업 임단협도 하루 빨리 마무리하고 올해는 활기를 되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황세영 시의장도 전날 논평을 통해 “장기불황과 맞서 싸우는 울산에 반가운 소식”이라며 현대중공업 잠정합의안을 환영하면서도 “조합원 투표를 거쳐 최종 타결될 때까지 간절한 마음으로 지켜볼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노조 내부에는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최근 ‘문구’ 논란으로 상당한 기반을 잃어버린 집행부의 불신임 여론이 커진데다 현장조직들의 ‘부결운동’도 일찌감치 본격화되고 있다.

현장조직 전진하는노동자회(전노회)는 이날 ‘사측 수정제시안! 우리의 대답은 NO’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내고 “압도적인 부결로 그동안 사측이 해왔던 부도덕한 경영행위에 쐐기를 박고 반전의 계기로 삼아나가자”며 잠정합의안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전노회는 강성 성향의 현장조직으로 또다른 강성 조직인 ‘노동자함성’ 등과 연합해 지금의 박근태 노조집행부를 탄생시킨 조직이기도 하다.

이날 ‘잠정합의안에 반대하는 서명자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발생한 또다른 유인물에는 “분할사별로 기본급, 성과급, 격려금 등을 극심하게 차별 적용했다”면서 “남은 것은 자본과 지부에 대한 단호한 심판”이라며 사측은 물론 집행부에 대한 비난도 쏟아냈다.

사측의 ‘불법 노무관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무기한 연장된 대의원 선거를 앞두고 현장조직들의 조직적인 부결운동과 집행부 흔들기는 거세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기계와 현대중공업지주 등에 비해 낮은 임금성 합의안을 두고 반발심과 추가 임금성 제시안에 대한 기대감도 타결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기본급 동결(호봉승급분2만3,000원 인상) △성과급 110% △격려금 100%+300만원 △통상임금 범위 700%→800% 확대 △올해 말까지 유휴인력 등에 대한 고용보장 등을 담은 2018년도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현대건설기계는 △기본급 8만5,000원(호봉승급분 2만3,000원 포함) 인상 △성과급 485% 등, 현대중공업지주는 △기본급 5만7,000원(호봉승급분 2만3,000원 포함) 인상 △성과급 414% △격려금 100%+150만원 등 내용으로 잠정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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