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각자의 소망 안고 오르는 산
인파 몰리는 만큼 사고도 잇따라
119앱 조난자 위치 파악 큰 역할
안전한 산행 119앱 설치로 준비

 

정재환
울산 중부소방서 구조대 소방장

2018년 무술년이 어느덧 물러나고 2019년 기해년이 자연스레 다가왔다. 황금 돼지해를 맞아 많은 사람들이 해돋이를 보며 각자의 소망을 빌기 위해 추위를 무릅쓰고 산과 바다로 향했다.
그 중 영남알프스도 많은 사람들이 찾은 명소 중 한곳이다. 영남알프스는 수려한 산세와 풍광을 자랑하며, 유럽의 알프스와 견줄만하다 해 붙여진 이름이다. 이 때문에 전국의 많은 백패킹족들이 영남알프스를 찾고 있지만, 그만큼 조난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최근 5년간 울산지역의 산악사고 402건 중 117건 38.4%가 조난 사고다. 조난 사고는 등산보다는 하산 중에 많이 일어난다. 하산 중에 일행과 뒤쳐져 다른 길로 내려오거나, 일몰시간이 빨라져 길을 잃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필자는 현재 중부소방서 구조대에 근무하고 있으며 다양한 산악출동에 임하고 있는데, 그중 기억나는 사례들이 있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지난해 9월, 민족의 대 명절인 추석 전 날 발생한 일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고향에 내려가거나, 여행을 떠났을 시점인 오후 8시쯤 울산 119종합상황실에 출동지령이 접수됐다. 사고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추석연휴를 맞아 이날 오후 울산대학교 베트남 교환학생 8명이 신불산에 올랐다. 산행에 나섰던 학생들 대부분이 등산에 대한 지식이 없었고, 초행길이라 늦은시간에 조난을 당한 상황이었다.

신고접수 후 대원들은 조난자들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계속 통화를 주고받았지만, 이미 해가 저물었고 학생들이 초행길인 탓에 본인들 위치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베트남어를 사용했기 때문에 대원들과 의사소통까지 쉽지 않았다.
다행히 조난자들의 위치를 파악해 구조에 성공했지만, 이들의 모습은 놀라울 따름이었다. 반바지와 간단한 운동복 차림으로 등산화조차 신지 않고 해발 1,000m 이상 높은 산에 올랐기 때문이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학생들의 건강상태는 양호해 무사히 구조를 마칠 수 있었다. 상황이 마무리되고 복귀 후 정비하고 있을 때 쯤, 다음날 새벽 1시경 또 다른 산악 조난사고가 접수됐다. 

이번에는 울주군 두동면 대곡리 한실마을 부근의 야산이었다. 명절을 맞아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이 아침 일찍 벌초를 하러갔다가 해가 질 때까지 길을 찾지 못하고 산을 헤매고 있었다. 결국 이들은 새벽 1시가 돼서야 119에 신고를 하게 됐다.
그런데 두동쪽 야산은 이정표나 산악표지판이 설치돼 있지 않고, 등산로조차 없는 야산이라서 조난자들이 위치를 설명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국 구조대원들의 직감만으로 조난자들을 찾아 나섰고, 고함을 치면서 어렵게 이들을 만날 수가 있었다. 다행히 조난자들의 건강상태는 양호 했으며 아침 7시30분쯤이 돼서야 귀대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조난사고 시 ‘119앱’을 설치해 두면 신속한 구조에 큰 역할을 한다. 119앱은 조난 지역에서 GPS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119상황실에서도 위도, 경도까지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119앱은 매스컴, 언론 등에도 많이 홍보됐음에도 불구하고, 초보 산행객이나 초행길을 나서는 등산인들이 아직 앱을 설치하지 않고 산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
실제 위의 사례에서도 조난자들은 119앱을 설치하지 않았다. 벌초에 나선 어르신들을 구조할 당시, 119앱을 다운받아 위치를 확인하는 방법을 설명했지만, 휴대폰 사용이 미숙한 탓에 위치파악이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구조활동이 늦어져 시민들이 조난당해 공포에 떠는 일이 아직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시민이라도 지금 당장 휴대전화를 꺼내 주저하지 말고 119앱을 다운받길 바란다. 또 119를 항상 친구처럼 또는 좋은 이웃이라고 생각하고, 위험한 상황에 닥치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는 이 앱을 사용하기 바란다.     
미세먼지, 환경오염 등으로 좋지 않은 공기가 대기 중에 많이 떠다니는 요즘, 건강과 좋은 공기를 마시기 위해 산을 찾는 이가 많다. 산으로 가는 발걸음에 안전을 지켜주는 든든한 친구 119앱이 있다면 더욱 안전한 산행이 되리라 생각하며 이 글을 마감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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