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국내 조선산업의 먹거리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스마트 선박’ 개발에 국가적 지원과 함께 국내 업체 사이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스마트 선박 개발이 늦어질 경우 한국 조선사들이 하청 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양종서 선임연구원은 16일 ‘스마트 선박 개발 현황과 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스마트선박은 정보통신기술(ICT) 등 최첨단 기술이 적용돼 사람의 개입 없이도 자동 운항이 가능한 선박을 일컫는다. 그동안 조선업계에서는 한국 조선소들이 선박 건조에 있어 가장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스마트 선박의 상용화가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는 달리 기술 개발에서 유럽에 비해 늦은 진행을 보이고 있어 이를 타개할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해외경제연구소의 분석이다.
양종서 선임연구원은 “스마트 선박 개발에서 독자적인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으면서 지난해에는 스마트 선박 개발에서 가장 앞서있는 기업 중 하나인 롤스 로이스 커머셜 마린(Rolls-Royce Commercial Marine)을 인수한 선박용 전자기자재 업체인 노르웨이의 콩스버그(Kongsberg)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양종서 선임연구원은 “콩스버그가 향후 스마트 시장을 독점적으로 지배하며 신조선 시장의 주도권을 지닌 기업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세계 1위의 한국 조선업계가 작은 규모의 기자재 업체에 불과한 콩스버그에 종속적 관계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럽과 일본 중국 경우 스마트 선박 개발에 있어 기술뿐만 아니라 법률, 제도, 안전규정 등 모든 관련 부문에서 연구가 동시에 수행되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 직접적인 기술 개발 이외의 제반 환경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업체 간 협력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지난 2011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울산대 등과 함께 스마트 선박 개발에 착수해 첫 선박을 건조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는 친환경, 안전운항, 연료 효율성에 중점을 둔 스마트 선박 2.0을 개발중이다.
삼성중공업은 자체적인 스마트 선박 솔루션인 ‘인텔리맨십’을 개발해 2018년 이후 계약된 모든 선박에 장착할 예정이고 대우조선해양 역시 독자적인 스마트 선박 플랫폼과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국적선사들의 연구와 프로젝트 참여가 없고, 법률과 제도적 과제에 대한 연구가 부재한 것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양종서 선임연구원은 “스마트 선박 공동 개발을 위해 지난 2016년 3사가 모여 논의했지만 서로 각자의 플랫폼을 쓰자고 주장하다가 결렬이 됐다”라며 “지난해에는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와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등이 중심으로 스마트 선박 건조를 위한 예산을 신청했으나 예비타당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양종서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한국의 대형 조선 3사는 전 세계 발주된 LNG운반선 76척 중 66척을 수주했지만 1척당 선가의 5%(약 100억원) 정도의 로열티를 LNG화물창 원천기술을 보유한 프랑스 회사에 지급함에 따라 영업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국 조선소들도 독자적인 화물창 기술개발에 나섰지만 발주사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며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 집중하고 있지만 핵심 기술을 선도하지 못하면 결국 유럽 기자재 업체의 배만 불려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마트 선박 시장에서도 이런 상황을 맞이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국가적 지원과 개발 협력이 필요하다는 게 양종서 선임연구원의 주장이다.
양종서 선임연구원은 “스마트 선박 공동 개발을 위한 예산부터 확보하고 기업이 대학, 연구기관과 함께 연구할 수 있는 국책과제들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발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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