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길 주필

‘유튜브’ 전 연령대 가장 많이 이용
새롭고 압도적 플랫폼 기성권력 해체
설화(舌禍)-필화(筆禍) 경계도 모호

 
사실전달 전통적 뉴스 설자리 잃고
잃어버린 독자 찾아나선 종이신문
유튜브 넘보면서 새로운 시도 안간힘
유튜브가 뉴스를 유통시키는 강력한 플랫폼으로 성장하면서 언론사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게티이미지

2006년 미국 타임(TIME)지가 올해의 발명품으로 ‘유튜브’를 뽑은 이래 그 성장세가 놀랍다. 천문학적 수치들이 유튜브의 위력을 말하고 있다. 매월 유튜브 사용자는 19억 명, 1분마다 400시간 동영상 업로드, 매일 10억 시간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새롭고도 압도적인 플랫폼이 되면서 유튜브는 여러 영역에서 기성권력을 해체했다.

처음엔 엔터테인먼트 중심이었으나 뉴스, 교육, 라이프 스타일, 정치 등으로 영역이 확대됐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 중간 단계를 없애면서 경제 모델 자체를 바꾸었다. 유명인 탄생 공식도 달라졌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카·페·트(카카오스토리·페이스북·트위터)정치’를 하지 않으면 바보 취급을 받았지만, 이젠 유튜브 구독자가 최소한 1만 명을 넘지 않으면 명함도 내밀기가 어렵다.

모바일 앱 분석 업체가 2018년 8월 기준으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앱 1위가 유튜브이고, 2위가 카카오톡이었다. 유튜브는 카메라와 조명, 마이크 등 간단한 장비만 있으면 자신만의 TV방송국을 개설할 수 있다. 법적 규제를 받는 방송과는 달리 심각한 명예훼손만 아니면 제재가 따르지 않는다. 특히 구독자 수가 많으면 많게는 월 수억 원에서 수 천만 원 상당의 수입까지 올릴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그러나 유튜브엔 펙트 체크가 되지 않는 ‘아니면 말고’ 식의 주장이 난무할 수 있다. 가짜 뉴스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반대로 운영자 입장에선 열광적인 지지층의 반응을 보편적 반응으로 오해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온라인 환경이 가짜뉴스, 여론 조작 같은 공격에 왜 취약점을 보이는가. 인터넷 상에서는 누구나 의견을 자유롭게 표출 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소수의 힘으로 여론을 쉽게 독점하는 게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모든 집단 지성에는 시간이 흐를수록 소수의 영향력이 커지는 ‘지식 독점화’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기자협회보는 <잃어버린 독자를 찾아서 ①당신은 왜 뉴스를 보세요>라는 2019년 신년기획으로 언론의 현안을 진단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현관 앞에 배달된 신문을 읽고, 저녁이면 TV앞에 앉아 그날 뉴스를 보던 때가 있었다며 불과 얼마 전 모습이 아주 옛 이야기로 되돌아보고 있다.

이른바 ‘뉴스 플랫폼’이라고는 그것이 전부였던 시절,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알기위해, 대화를 위해 사람들은 종이신문, 방송 등 전통 미디어를 찾았다. 당시 세대에겐 그것이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렇다면 언론과 저널리즘은 정말 위기 상황인가?

하버드대학에서 운영하는 니먼저널리즘랩은 “죽어가는 건 저널리즘이 아니라 뉴스다”는 도발적인 답변을 내 놓았다. 저널리즘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얘기다.

한편 뉴스가 죽어가고 있다는 니먼랩의 진단이 메스컴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스마트폰이 중심 플랫폼이 된 21세기엔 사실 전달에만 초점을 맞춘 전통적인 뉴스의 설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경고다.

이런 상황에서 뉴스 산업은 이미 대중의 손으로 넘어갔다. 사건을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한 사람들이 기자들보다 오히려 더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런 뉴스의 대중 소구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통 매체인 신문과 방송 모두 뼈를 깎는 변화 노력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

올해에도 언론사의 디지털 영상 콘텐츠 제작은 계속된다. 다만 예전과 다른 변화는 본격적인 플랫폼 전환이며, 3분 내외의 짧은 영상을 제작해 주로 페이스북에서 유통해왔던 언론사들은 이제 유튜브로 자리를 옮겨 새로운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

언론사의 고민은 깊어진다. 디지털 영상이 대세라지만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지, ‘저널리즘’을 구현할 수 있을지, 언론사가 1인 크리에이터의 영향을 뛰어 넘을 수 있을지, 큰 규모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을지, 올해 언론사가 해결해야할 숙제다.

유튜브에 대한 더욱 걱정스러운 대목은 인간의 확증 편향과 그것을 이용하도록 만들어져 있는 유인구조이다. 사람은 자신들의 신념이나 생각을 늘 재확인 하려는 경향이 있다. 내 콘텐츠가 선택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일을 설득과 입증보다는 나와 동일한 의견을 지닌 이들을 대상으로 화끈한 목소리를 내는 일 일 것이다.

“사람은 언제 말해야 하는가. 더는 침묵이 용인되지 않는 바로 그때 말해야 한다. 사람은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자신의 손으로 이룬 것, 자신이 이미 극복한 일만을 차분하고 담담하게 말해야 한다.”

철학자 니체는 세 치 혀의 가벼움을 이처럼 경계했지만 요즘 한국 사회는 정 반대로 가고 있다. 침묵 끝에 묵직한 한마디를 내뱉기보다 쉴 새 없이 ‘말폭탄’을 쏟아낸다. 잘 모르는 분야도 거침이 없다. 막말에 대한 대중의 내성은 점점 강해져 맹독성 막말이 범람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왜 정치인의 혀는 더 독해지는 걸까. 데이터 분석 결과 유튜브, 페이스북 등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가 나오면서 ‘갑튀사(갑자기 튀어야 산다)’심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여러 채널에서 엄청난 정보가 쏟아지기 때문에 차별화하기 위해선 무조건 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네 편 내 편 고려 없이 ‘나부터 튀고 보자’는 심리가 커졌다.

하지만 과거의 말은 곧 증발했지만 디지털 세상에서 한 번 밖으로 나온 말은 영원히 박제된다. 말과 글의 경계가 무너진지도 오래다. 다들 말하듯 글을 쓴다. 설화(舌禍)와 필화(筆禍)의 경계도 모호해졌다. ‘유튜브’ 등살에 뉴스가 죽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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