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사고조가 결과 '인재'로 확인 
안일한 안전의식으로 인한 산업재해

지난해 11월 12일, 결혼을 앞두고 단 꿈에 젖어있던 20대 예비신부의 운명이 하루아침에 바뀌었다.

성서공단의 한 자동차 부품업체에서 일하던 A(28)씨는 그날 오후 9시쯤 야간 근무를 하던 중 사고로 숨졌다.  

생산 기계에 이상이 있어 기계 아래로 들어가 확인을 하던 중 변을 당한 A씨. 

노동당국이 해당 업체를 상대로 조사를 벌인 결과 안전 장치만 제대로 돼있었더라도, 평소 안전 지침에 대한 교육만 제대로 받았더라도 발생하지 않을 사고였다는 점이 확인됐다. 

지난해 말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작업 도중 사망한 김용균씨, 최근 경북 김천의 한 환경관련 제조업체에서 탱크 폭발로 목숨을 잃은 20대 노동자, 이들의 사례도 유사하다.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을 지키는 데 소홀했다는 점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사업주의 안일한 안전의식이 노동자들을 산업 재해의 구렁텅이로 내모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대구와 경북에서는 7040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피해를 입었다. 이전해 같은 기간보다 516명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사망자 수는 이전해보다 대구가 2명, 경북은 1명 더 늘었다.

이 중 가장 규모가 컸던 사고는 지난해 초에 발생한 포스코 질소 누출 사고다.

사고 후 이뤄진 노동당국 조사에서 포스코는 수 백건의 안전 관련 법규 위반 사항이 드러났다.

노동자들에게 안전 규칙을 제대로 알리지 않거나 안전에 취약한 난간을 설치한 점, 감전 예방 대책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은 것 등이 적발됐다.  

포스코 같은 대형 회사가 이런데 하물며 작은 업체는 어떨 지 뻔하다.

또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 중 사고로 재해를 당한 경우(질병 재해 제외)에 한해 사고 발생형태를 살펴봤더니 넘어진 경우가 1176명으로 가장 많았고 끼임 사고 1128명, 높은 곳에서 노동자가 떨어진 경우가 1038명으로 상위 세 종류에 속했다. 

이 중 낙하 사고와 끼임 사고는 각각 22명과 15명의 사망자를 내 가장 위험한 사고로 분류됐다.

이런 종류의 사고는 왕왕 예측 불허한 경우도 있겠지만 사실 산업 현장에서 발생 가능성이 큰 사고 유형으로 대비가 가능한 것들에 속한다. 

산업안전보건법도 난간 설치, 끼임 감지시 기계 작동 중단 등 사업주가 사고 예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규정해두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런 조항들이 무시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대구고용노동청 관계자는 "근로감독을 나가 보면 기본적인 안전 조치라고 생각하는 것들도 안 지켜지는 경우가 많다. 몰라서, 귀찮아서, 번거로워서 등 안 지키는 이유도 별 거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경기가 어려우면 안전 설비에 돈을 투자하는 것도 아깝다고 생각해 사고가 더 많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조치 미비 등 사실상 인재(人災)에 해당하는 산업재해가 잇따르면서 노동자들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노동자들은 노동당국의 관리 감독 강화는 물론이고 사업주들의 인식이 변해야 사망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희정 성서공단노조 위원장은 "험한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아직도 사측으로부터 장갑이나 마스크, 고글도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안전 장비 지급을 '비용의 문제'로 보는 사업주의 시각이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안전 장비 지급과 안전 교육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줘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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