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획된 오징어 대부분 20cm도 채 안돼
'제2 노가리 사태' 벌어질까 우려 목소리
전문가 "총알오징어 브랜드화 경계해야"
시행령 개정 등 자원회복 노력 필요

강원 동해안에서 최근 어획량이 꾸준히 감소하던 오징어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지만 길이가 20cm도 채 안 되는 속칭 '총알오징어'가 대거 잡히면서 자원고갈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18일 찾은 강릉 주문진항은 이른 아침부터 위판장에 모인 어부들과 상인, 수협 직원들로 북적였다. 항구로 들어오는 오징어잡이 배에는 오징어가 가득 담겨 있었다. 

하지만 오징어들은 대부분 길이가 20cm도 채 안 된 '미성어'였다. 항구에서 만난 수협 직원들은 현재 잡히는 오징어는 '소(小)-중(中)-대(大)'로 치면 중간에서도 조금 작은 크기라고 귀띔했다.

오징어잡이만 50년이 넘었다는 조모(76)씨는 "오징어가 명태처럼 고갈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어도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다"며 "12cm 이상이면 크기에 상관없이 일단 다 잡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어부 홍모(66)씨는 "오징어는 한자리에 가만히 있지 않고 흘러가는 성질이 있어 당장 어민들 마음이 급한 것이 사실"이라며 "오징어가 최근 많이 잡힌다고 하지만 오징어잡이 전용배는 벌써 몇 개월 동안 출항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오징어는 길이 12cm 이상만 포획·채취가 가능하다. 현재 잡히고 있는 오징어는 위법사항은 아니지만, 아직 완전히 자란 것은 아니다. 

그렇다 보니 '제2의 노가리 사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 1971년 노가리(새끼 명태) 어획까지 허용하면서 명태 씨가 말라 버렸기 때문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 김중진 박사는 "명태의 자원고갈은 노가리 남획이 주요 원인중 하나였다"며 "같은 맥락에서 총알오징어를 무분별하게 잡고 유통하는 것은 자원회복 차원에서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총알오징어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협에서 위판도 안 됐지만, 지난 3년 전부터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하면서 브랜드화되고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된 것"이라며 "자원고갈을 방지하려면 총알오징어가 브랜드화되고 소비계층이 확산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원연구원 김충재 박사는 "명태는 여러 해에 거쳐 자라고 오징어는 한 해 만에 성장하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자원확보를 위해 무분별한 포획은 자제해야 하는 것은 매한가지"며 "오징어 포획 금지 크기를 늘리거나 총자원량을 조사해 규제하는 등 자원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총알오징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오징어 포획 금지 크기를 19~20㎝ 길이로 늘리는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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