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지도부가 북미정상회담과 겹친 2·27 전당대회의 일정 변경 불가를 고수하면서 불출마 선언까지 터져 나왔다. 전당대회 후보등록을 하루 앞둔 11일 한국당 지도부와 당권주자들 간 벼랑끝대치로 이번 전당대회가 ‘반쪽 전대’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 비상대책위원회와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가 전대 일정 연기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거듭 밝힌 가운데 이날 전대 연기를 주장하던 거물급 후보인 홍준표 전 대표가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회의에서 "북핵 문제가 하나도 해결된 게 없는 상황에 우리가 기민하게 대처할 막중한 책임이 있으므로 회담 결과가 나오기 전에 전열을 가다듬어야 한다"며 "전당대회는 미북정상회담 결과가 나오기 전인 27일에 예정대로 치르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당 선관위는 이날 오전 전대 연기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 전체회의를 소집했지만 일정 변경은 없다는 입장만 재확인했다.
박관용 선관위원장은 당권주자들의 전대 연기 요구와 관련, "결정을 두 번 하는 경우가 있나. 보이콧하는 건 그 사람들 사정이지 우리와 관계없다"고 밝혔다. 전날 긴급 회동을 갖고 2주 이상 전대 일정 연기를 요청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심재철·안상수·정우택·주호영 의원 등은 이틀째 공개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단일대오’를 유지하며 대치 상황을 이어 가고 있다. 심재철 의원은 성명을 내고 "지난 20여일 공당이 단 한 사람에 의해, 단 한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모양새로 돌아가고 있다"며 "단 한 사람을 위한 옹립용 전대로 전락하는 게 누구에게 이득인가. 당 대표 선거가 특정인의 무혈입성을 위한 요식행위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안상수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당 선관위가 비민주적이다. 왜 후보들 6명이 하는 얘기를 깊이 고민해서 결정하지 않고, 한 번 자기들끼리 결정하면 바로 밀어붙이고 우리들한테 강요하는 그런 방식으로 하나"고 비판했다. 정우택 의원은 "이렇게 하면 황교안, 김진태 두 사람끼리 전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 전 시장 측도 "후보 등록일까지 6명이 같은 입장을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이날 전대 불출마를 선언한 홍 전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이번 전대는 모든 후보자가 공정한 경쟁을 해 우리 당이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겨냥, ”탄핵 뒤치다꺼리 정당으로 계속 머문다면 이 당의 미래는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12일 후보등록을 앞둔 황 전 총리와 김진태 의원은 이날 각각 부산과 제주를 찾아 당원들과 만나는 등 정상적으로 일정을 소화했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