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소매동 78개 13억5,000만원 피해
3년전 화재 이후 실질적 화재 대응책 미흡
접근성만 고려말고 안전공간 확보가 우선

백운찬
울산시의회 의원

망우보뢰 즉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말이 있다. 이미 어떤 일을 실패(失敗)한 뒤에 뉘우쳐도 소용이 없음으로 흔히 사용된다.
지난 1월 24일 새벽 2시경 울산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수산물소매동 78개 점포가 모두 불 타 소방서 추산 13억 5,000만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고 한다. 3년 전 2016년에도 추석 연휴를 6일 남겨두고 불이 난 적이 있었으니 이번 화재는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친’ 결과라 더 뼈저리게 다가온다.

이번 화재를 계기로 우리는 큰 사고나 재난이 닥쳤을 때 무엇부터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훈과 다시는 소를 잃지 않기 위해 어디에, 어떻게 외양간을 다시 지어야 하는지 빠르고 지혜로운 결정이 필요함을 인식하게 되었다.
물론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이번 화재와 같이 대형 사고가 일어났을 때 울산시장을 비롯한 관계자 등 사회 지도층의 행동과 대처도 매우 중요하다.

이번 화재직후 보여준 현장시장실 설치와 현장민원지원, 시의회의 현장지원을 위한 당직의원 배치, 신속한 임시 영업장 설치, 특별교부세 지원 약속 등은 어려움을 당한 시민들과 함께하겠다는 울산광역시와 시의회의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또한 화재 직후 현장을 찾아온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송철호 시장, 황세영 시의회의장을 비롯한 여야 정치권의 발빠른 행보와 대처는 칭찬할 만하다. 그러나 이러한 행보들이 또다시 망우보뢰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소를 잃은 이유 즉, 화재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져야 하고 그 원인을 해소할 수 있는 개선책이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불이 난지 3년도 되지 않은 농수산물도매시장에 또다시 큰 불이 난 것은 2016년 화재에서 얻은 경각심이나 대처가 실질적인 화재 대응책으로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1990년 3월 국비와 시비 등 71억원으로 조성된 농수산물도매시장은 4만1,000㎡ 부지에 총 13개 건물(전체면적 2만4,757㎡)이 들어서 있다. 이렇듯 좁은 면적에 많은 점포들이 밀집되어 입주해 있다 보니 작은 화염도 대형화재로 악화될 소지가 다분하다. 특히 전기시설의 경우 30년 전 어둠을 밝히기 위한 주목적의 전기설비 및 전선에 오늘날 온갖 가전제품과 온열장치들이 매달려 있으니 화재의 위험성은 항시 존재했던 것이다. 따라서 또다시 망우보뢰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이번에 소실된 수산물소매동 외 농수산물도매시장 전체 타 건물들에 대한 안전점검 및 그 결과에 따른 개선방안이 시급하게 진행돼야 한다.

과거에 농수산물시장은 도심에 위치해 접근성이 편리해야 한다는 것이 매우 중요한 부지선정 요건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은 곧 도심공간의 한계와 부지매입 비용부담 등의 문제로 인해 협소하고 밀집된 시장공간을 초래한다. 이번 화재가 난 수산물소매시장 건물 역시 협소하고 밀집된 점포들과 노후화된 시설들에서 화재의 위험성이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한다면 이제는 농수산물 도매시장의 부지선정 요건은 변해야 한다. 특히 울산은 이예로, 오토밸리로 등 도시외곽 순환도로 등이 잘 갖춰져 있음으로 3,40분이면 그 어느 곳에서도 접근이 가능하다. 특히 북구는 강동-미호간 도시외곽순환도로와 농소-외동간 도로개설 등이 예정되어 있어 향후 유통과 물류수송뿐만 아니라 도심 소비자와 농수산물을 생산하는 농어민들 간의 신속하고 원할한 연계가 가능하다.

실제로 농수산물도매시장의 좁은 면적은 화재의 위험성에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 전체의 매출 규모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대구 농수산물 도매시장의 경우 16만6,700㎡ 면적에 연간 총 거래금액은 9,761억원이며 우리와 인구수가 비슷한 광주의 경우도 11만1,200㎡ 규모의 부지면적에 8,223억원의 매출규모를 가지는데 비해 우리 울산시의 4만1,000㎡ 부지에 연간 매출 1,700억원은 너무 초라하기 짝이 없다. 따라서 새로 짓는 농수산물 도매시장은 굳이 접근의 용이성만을 강조한 도심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면적이 넓고 생산지와 연계성이 좋은 곳에 선정하되 면적을 최대한 넓게 확보할 수 있는 지역을 선정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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