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배호 화백

아우토반은 칼 벤츠가 세계 최초로 자동차를 만든 ‘자동차 왕국’ 독일의 국가적 정체성을 상징하고 있다. 고속도로망 ‘아우토반(autobanhn)’은 독일인들의 속도 무제한, 질주 본능의 대명사로도 알려져 있다. 독일 정부 산하 교통위원회가 지난달 아우토반 전체 구간 중 30%인 7,640㎞에만 설정돼 있는 최고 속도 시속 130㎞ 제한을 전 구간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히자 논란에 휩싸였다.

2017년 아우토반 교통사고 사망자 409명중 절반이 과속 탓에 숨진 데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고육책이다. 하지만 독일 사회에서는 비난 여론이 거세다. 독일인들이 아우토반 속도 제한에 민감한 이유는 아우토반이 ‘자유의 상징’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전시(戰時)였던 2차 세계대전 때를 제외하고 단 한번 아우토반 제한 속도가 도입된 적이 있다. 1973년 오일쇼크 때 독일 정부는 유가가 급등했고 사고도 많이 난다는 이유로 속도 제한에 나섰다. 하지만 극심한 반대 여론에 부딪혀 4개월 만에 철회되고, 교통장관을 해임했다. 그때 만들어진 ‘자유 시민에게 자유 운전을’이라는 구호가 지금까지도 통한다.

1970년 7월 7일 우리나라 최초로 서울~부산 간 고속도로가 개통된 역사적 그 날 TV에선 승용차 보닛(BONNET) 위에 물 잔을 올려놓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아나운서는 “자, 보십시오. 물이 쏟아지지 않습니다”라면서 마치 마술을 보여주듯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1964년 서독 방문 때 본에서 퀼른까지 20㎞구간의 아우토반을 달려 본 박정희 대통령은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경제개발에 따른 철도 수송의 과포화와 울산 정유공장 건설 이후 공급 과잉 상태였던 아스팔트 처리도 한몫 했다.

경부고속도로는 1968년 11월에 착공되었으며(기공식 12월1일), 그때 울산에서는 현대자동차 공장이 가동되었다. 1967년 12월 경부고속도로 건설이 발표되고, 1970년1월 서울 강남 개발계획 발표이후 대한민국 부동산 투기가 불붙었다. ‘돈 놓고 돈 먹기’투기 열풍은 농촌까지 파고 들어 오늘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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