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하정 시인.  
 

마시멜로  -   유하정

마시멜로는
어떤 말일까

베개 솜에 시럽을 녹인 말
생크림 한 스푼을 구름에게 섞은 말
봄맞이꽃이 피었는데
마침 봄비도 내린 말

세상에 온갖 부드러운 것들을
뭉게뭉게 뭉쳐놓은 말
달콤한 말
하늘을 날 수 있는 말

이런 마시멜로 같은 말
너에겐?

그림=배호 화백

◆詩이야기

“이모 보고 싶어요.”라는 어린 조카의 한 마디가 우울하던 마음에 한 줄기 빛처럼 환하게 내려앉았습니다. 조카의 생일 선물을 챙겨 주려고 영상통화를 했습니다. 엄마는 책을 사 달라고 말 하라고 했는데 본인은 장난감을 받고 싶답니다. 대답을 하는 고 작은 입술이 여간 귀여운 게 아니었습니다. 그러니까 녀석에게 ‘보고 싶다’의 의미는 제 맘을 알아주는 이모를 보고 싶다는 의미와 이모는 자신의 맘을 아니까 꼭 장난감을 사 달라는 이중적인 의미를 담고 있었겠지요. 말은 리듬이 되려고 하는 본래의 성격이나 경향 같은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중력의 법칙처럼 말이 말을 낳고 말을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내가 무심코 뱉은 한 마디의 말이 상대방의 최대치를 끌어내는 에너지원이 될 수도 있고 절망의 늪으로 들어가는 열쇠를 쥐어 줄 수도 있습니다. 오늘, 내 옆에 있는 누군가에게 ‘마시멜로 같은 말’ 한 마디 건네 보려 고민을 해 보아야겠습니다.

◆약력

≪어린이와 문학≫>으로 등단. 한국안데르센상 동시부문 수상. 동시집 『얼룩말 마법사』 출간. <놀이하는 동시>로 아이들에게 다가가며 시를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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