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규는 훌륭한 배우…박정민은 내 안의 배우"
"완성도 위해서는 배우 개인 욕심 뒤로 해야"
"'신세계' 유행어 대사, 원래 안 하려고 했다"

영화 '사바하'에서 이정재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세속적이지만 그 안에는 깊은 신앙적 의문을 가진 목사로, 신에 대한 믿음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추적자로 영화를 누빈다. 

늘 새로운 역할에 목마른 그는 이번에도 이전 영화들과는 다른 매력을 가진 캐릭터를 택했다. 이정재는 종교적 색채와 미스터리가 결합해 더욱 독특한 분위기를 내는 '사바하'에서 올곧은 방향으로의 뚝심을 잃지 않는다.  

캐릭터에 대한 견고한 믿음은 이정재가 '사바하'를 통해 새로운 일면을 드러낼 수 있도록 도왔다. 배우 입장이라면 응당 자신의 캐릭터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길 바라겠지만 이정재는 영화 완성도를 위해서라면 그런 욕심은 '내려 놓아야' 한다는 주의다.  

그 덕분에 '사바하'는 어느 한 캐릭터에 치우침 없이 몰입감 높은 미스터리 스릴러로 완성될 수 있었다. 이정재의 '균형'은 결국 스스로를 내세우기 보다는 주변과 소통할 준비가 돼있는 자세에서부터 나온다. 다음은 이정재와의 일문일답. 

▶ 박목사 캐릭터가 굉장히 신실하고 성실한 목사 타입은 아니다. 세속적이면서도 끊임없이 신에게 질문하는 인물인데 스스로 이 캐릭터를 어떻게 파악했나. 

- 신을 믿고 따르는 목사라는 직업이면서도 왜 인간에게 이런 고통을 주는 것인지 생각하며 신에 대한 반항기가 있는 캐릭터라고 감독님에게 들었었다. 난관과 어려움 속에서 '왜 이런 일이 내게 생길까?'라는 물음에 대해 공감대가 있었다. 처음에는 속물근성을 가진 목사 같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뼛속까지 목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지막까지도 상처입은 영혼의 인간을 보듬어주려는 행동에서 이 사람이 선함을 쫓는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 시나리오가 좋았다. 

▶ 극 중 고등학교 후배로 나오는 해안스님 역 진선규와 상당히 코믹한 '케미'를 자랑하더라. 아마 '범죄도시' 이미지가 강렬했을 것 같은데 실제로 만나보니 어땠나.

- 어떻게 그런 (착한) 사람이 '범죄도시'에서 그런 캐릭터를 소화했는지 모르겠다. 일단 눈빛부터가 다르지 않나. 진선규도 모든 배우들하고 호흡을 잘 맞춰야 한다는 생각이 꽤 깊다. 나 또한 마찬가지라서 그런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끼리 작업하는 현장이라 수월했다. 연기하는데 있어서도 요구하는 느낌을 잘 살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주 훌륭한 배우다.

▶ 비록 대척점에 서있었지만 정나한 역의 박정민과도 긴장감 넘치는 호흡을 이뤘다. 박정민은 본인을 두고 '내 안의 스타'라고 하던데. 

- 박정민은 내 안의 배우다. 매번 박정민의 영화를 봤을 때 저 정도로 집중력이 뛰어난 배우인가 놀랐었다. 현장에서 보니 역시 집중력을 통한 연기 에너지가 뛰어나더라. 그래서 참 멋있었다. 

▶ '검은 사제들'이 전작인 장재현 감독과 함께 작업하는 건 어땠나. 종교적 색채가 있는 독특한 소재를 흥미롭게 잘 풀어내는 감독인데. 

- 역시 영화는 메인 이야기를 더 재미있고 탄탄하게 만들어야 되는 게 맞다는 생각을 했다. 개인의 욕심은 좀 뒤로 하는 게 맞지 않나. '검은 사제들' 같은 경우는 해외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구마 의식을 국내에서 그런 식으로 관객들이 믿고 빠지게끔 만드는 게 아주 흥미로웠다. 배우들 연기도 잘 보였는데 그렇다는 건 대사나 상황 설정 등 시나리오를 잘 썼다는 이야기다. '사바하'는 믿음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마지막에 요약을 잘해서 마무리를 지은 것 같다. 참 머리가 좋은 감독이구나 싶었다. 영화의 음산하고 스산한 질감까지도 잘 표현해낸다.  

▶ 종교는 기독교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 종교에 대한 생각이 바뀐 지점도 있나.

- 종교라는 것을 이용해서 신자에게 잘못된 믿음을 심어줘서 자신의 욕구나 사리사욕을 채우는 것, 가끔 뉴스에서 접하는 그런 사건들을 보면 범죄가 아닌가 싶다. 그런 사람들은 가려내기도 쉽지 않지만 참 사회에서 사라져야 할 이들인 것 같다.

▶ 연기를 할 때 특유의 톤이 있는데 그게 영화와 잘 어울리고 실제 대중적으로도 패러디 되면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 이제는 그렇게 따라해주시지 않으면 서운할 정도로 익숙해졌다. (웃음) 그만큼 관심을 가져 주신다는 뜻이니 즐거운 일이다. '신세계'에서 나온 '거 중구형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니오?'라는 이 대사를 사실 처음에는 요즘 누가 이렇게 말하나 싶어서 빼자고 했었다. 그런데 당시에 박훈정 감독이 끝까지 가주기를 원하는 것 같아서 나름대로 고민해가며 했던 게 기억이 난다. 긴장감이나 재미를 원하는 신에서 감독이 원하는 걸 좀 더 잘해보려고 하다 보니 독특함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 초반에 유머러스한 모습이 많이 나오는데 이정재표 코미디를 그리워하는 관객들도 있는 것 같다. 

- '극한직업 2' 같은 거? (웃음) 사실 코미디가 굉장히 어려운 장르다. 코미디를 할 수 있는 연출자와 배우는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는 거다. 나도 그런 걸 잘하고 싶지만 혼자서는 재능이 없는 것 같고 한다면 동료 배우나 연출자 도움을 받아서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 이제 나이가 많은 웃어주는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