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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세이】 ‘3만 달러’ 만으로는 살 수 없는 것이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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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한국의 국민총소득 추이 연합뉴스  
 

1977년 국민 총소득(GNI) 1,000달러
41년만인 2018년 30,000달러 달성
일반 국민들은 실감 못하는 '성장괴리'


원하는 삶의 질 보장 못해 행복 못느껴
특권·갑질 횡행 공정사회와 멀어져
노력하면 성과 얻을 수 있는 사회돼야

김병길 주필


이른바 선진국 진입 지표 가운데 하나로 받아들여지는 국민총소득(GNI)은 우리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총 소득을 인구로 나눈 것이다. 반면 GNP는 국민이 국내외에서 1년 동안 생산한 부가가치의 총액이다. GDP는 1년 동안 한 나라 영토 안에서 만들어진 부가가치 총액이다. 즉 GNP와 GDP는 부가가치를 국적 기준으로 집계하느냐, 영토 기준으로 집계하느냐의 차이다. 국가 간에 사람과 물자의 교류가 적었던 시절에는 둘 사이에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둘 가운데 GDP가 그 나라의 경제 활동을 더 잘 반영하는 지표로 채택됐다.

GNP(국민총생산)와 GDP는 국가의 경제력을 나타내지만 국민의 생활수준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국민 생활수준을 파악하려면 총량지표보다 1인당 지표가 필요하다. 그래서 한국은행은 애초 1인당 GNP를 사용했으나 나중에 1인당 GNI로 바꾸게 됐다.

2018년 우리나라의 1인당 GNI가가 3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30-50클럽’에 세계에서 7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이 클럽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나라를 뜻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여기에 포함된 국가는 미국 ·독일·영국·일본·프랑스·이탈리아 등 6개국뿐이라고 할 정도로 상징하는 바가 크다.

실제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을 대상으로 1인당 GNI를 따져보면 2017년 유엔 발표 기준으로 한국은 38위에 불과하다. 몰타(46만 명), 아이슬란드(34만 명) 등 인구가 극소수인 국가들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6.25전쟁 마지막 해인 1953년 1인당 국민소득 67달러에 불과했다. 1960년대 산업화 기틀을 닦은 이후 고속 성정을 거듭하며 1977년 1000달러를 돌파했고, 1994년 1만 달러를 넘어섰다. 이후 성장 속도가 다소 둔화돼 12년만인 2006년에 2만 달러를 넘었고, 다시 12년이 지나 3만 달러 고지를 밟았다. 이는 일본 독일(5년), 미국(9년), 영국(11년)에 비해선 늦은 속도다. 하지만 일제 수탈과 한국전쟁을 겪은 최빈국의 기적이다.

그런데 GNI 3만 달러가 국민들의 체감 소득과는 큰 괴리를 보이고 있는 것은 왜일까. 국민소득을 달러 기준으로 환산하면서 지난해 달러 대비 원화 강세 영향을 받은 탓이 크다.

GNI통계에 가계뿐 아니라 정부와 기업도 포함되는 가계의 비중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지 않은 점도 ‘체감소득’과의 괴리가 발생하는 이유다. 지난 2017년 기준으로 GNI에서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56%다. 미국이 79%, 독일이 73%, 일본이 64% 수준인데 비하면 낮은 편이다.


3만 달러 시대 한국경제의 향배와 과제는 크게 성장, 분배, 삶의 질 등 3가지 축을 중심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 중 안정 성장과 공정한 분배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가 원하는 높은 삶의 질을 보장하지 못한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삶의 질은 2012년 22위에서 2017년 29위로 하락했다.

“한국인은 부유하지만 행복하지는 않다.” 로버츠 루돌프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의 보고서는 “한국인은 소득수준에서 예상되는 삶의 만족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루돌프 교수는 OECD의 더 나은 삶 지수(BLT·Better Life index)와 유엔의 세계행복보고서(WHR· World Happiness Report)를 분석도구로 삼았다. OECD '더 나은 삶의 지수' 순위에서 한국은 36개 국가 중 28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루돌프 교수는 대기오염과 같은 환경문제, 일과 삶의 균형, 삶에 대한 만족도 등에서 많은 약점을 지니고 있음을 언급했다.

2018년 세계 행복보고서에서 한국은 156개국 중 56위였다. 한국의 1인당 GDP는 28위, 건강한 기대 수명은 4위로 소득과 건강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사회적 지원 분야에서 98위를 기록했다.

세계행복보고서가 인용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도와 줄 친구나 친척이 없다’는 응답자가 20%였다. 이는 스칸디나비아 국가들(5%대) 보다 4배가 높은 수치다.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중요한 문제로 지적됐다.

또 ‘삶의 자기 결정권’은 139위로 튀니지와 예멘 수준이었다. 한국 국민 5명 중 2명은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데 자유로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가정과 직장 내 엄격한 위계질서 등 한국의 전통적 사회 가치와 독특한 제도적 요인 때문으로 분석됐다.

특히 20대 젊은 청춘들을 맞이하는 GNI 3만 달러 한국 사회는 윗세대에 비해 계층 이동의 기회는 좁아지고 미래의 전망은 더욱 불투명해진 환경에 직면해 있다. 그들은 삭막한 세상에서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성공은 보장되지 않는다고 보고 자신이 올라갈 사다리도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 공정세대가 기성세대에 던지는 요구는 건강하고 명확해 보인다. 다양한 기회와 형평성 있는 과정을 통해 노력하면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사회, 안심하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문제는 저성장에 빠진 한국 경제에서 ‘기회’가 제대로 주어지느냐 이고, 특권과 갑질이 횡행하는 사회에서 공정함이 지켜질 수 있느냐다.

전문가들은 양극화, 고용부진, 주력산업 경쟁력 약화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한국은 선진국 ‘언저리’에서 성장이 멈출 수 있다고 경고한다.

양극화 확대, 일자리 부진 때문에 서민, 저소득층은 경제 성장의 과실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주관적인 만족도, 직업 관련 스트레스 등으로 삶의 질은 뒷걸음질 칠 수 있다. 국민 소득 3만 달러 만으로는 살 수 없는 것이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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