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산업화 일궈낸 주역 700만 ‘베이비부머 세대’
보물과 같은 재능․노하우․경험 살린 사회공헌활동 제안
나눔과 봉사의 행복으로 제2의 인생․삶의 활력 되찾길

 

변의현 사회적기업 우시산 대표

산업역군으로 우리나라 경제를 일으켰던 주역, 나라의 부름을 받고 전쟁터를 누비기도 했던 참전용사, 가정의 기둥 역할을 위해 기꺼이 중동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났던 노동자, 독일 광부와 간호사….

화려한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의 대한민국 노년층의 이야기다. 짧게는 30년에서 길게는 50년 가까운 세월을 전문 경력·기술을 기반으로 그 누구보다 치열한 일상을 버텨냈던 그 시절의 젊은이들은 이제 대다수가 ‘어르신’이란 이름으로 경제활동에서 배재된 삶을 살고 있다. 100세 시대라지만 여전히 일자리는 요연하고 빠름을 요구하는 시대에 노인 인력을 반기는 기업들이 많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그들의 경력은 때로 군대를 다녀온 군필자의 무용담처럼 치부되기도 한다. 그렇게 묻히고 말기에는 그들의 기술과 경력이 못내 아까울 따름이다.

자신이 가진 능력을 바탕으로 전문성을 발휘하고 자기발전을 이루고 그것이 사회경제 발전에 아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때 우리는 스스로 ‘만족’하게 된다. 그 만족감은 자만심도, 돈을 많이 벌었다는 경제적 풍족함만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다. 내가 능동적인 사회의 일원으로서 활동한다는 사실 그 자체에서 채워지는 만족감이다. 그것은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는, 보다 건설적인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하는 삶에 대한 변화가 가능한 시작점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한 변화의 시작점은 오늘을 살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바다. 60~70세 어르신이라고 다르지 않다.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 속도는 무서울 만치 빨라지고 있다. 100세 시대를 부르짖지만 그만큼 준비되지 않은 초고령화 사회는 어르신들에게는 또 다른 두려움이기 되기도 한다.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난 710만명의 베이비부머(baby boomer)들에겐 더욱 현실로 다가온다. 직장에서 은퇴해 사회에 나왔지만 경로당에 가기엔 이르고 그렇다고 뭔가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60세에 퇴직해서 80세까지 산다고 했을 때 17만5,200시간이 주어진다고 한다. 따라서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주어진 이 기간 동안 이들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는 게 바로 국가 경쟁력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산업화를 이뤄낸 베이비부머 세대는 배움의 수준이 높고 사회 변혁기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이들이 가진 다양한 경험과 재능은 보물과도 같다. 특히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베이비부머들이 재능 기부나 사회공헌에 앞장선다면 고독과 소외 등 어느 정도의 노인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더불어 사는 지역 공동체 강화에 대한 선순환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이 때문에 고용노동부에서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가진 경험과 재능을 사회를 위해 다시 쓰여질 수 있도록 해마다 사회공헌활동 지원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이 사업은 말 그대로 만 50세 이상 퇴직(예정)전문인력 참여자가 지식과 경력을 활용해 비영리단체(기관), (예비)사회적기업, 공공기관, 사회적협동조합 등 참여기관에서 사회공헌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필자가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우시산은 해마다 많은 퇴직자들이 저마다의 경험과 재능을 십분 살려 취약계층 체험교육, 전시 도슨트, 공연봉사, 지역 문화·관광자원 스토리텔링 등의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참여자들은 사회공헌활동으로 보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되고 퇴직 후 삶의 활력도 얻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 입장에서도 큰 도움을 받았다. 3년 전 실버 바리스타 카페로 출발한 우시산은 열정적으로 힘을 보탠 사회공헌활동 지원사업 참여자 덕분에 마을행복공방, 고래문화마을 우체국, 고래박물관 기념품점 운영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다.

지역 일간지에 퇴직 후 우시산에서 사회공헌 활동으로 인생 2막을 연 전직 역사교사 김호(61)씨의 이야기가 소개된 바 있다.

사회적기업인 우시산에서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로 활동 중인 김씨는 학교 부적응 아이들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역사지식을 가르치는 재능기부 활동을 틈틈이 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을 흔히 ‘착한 기업’이라 부른다. 이윤창출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일반 기업과는 달리,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약자를 직원으로 채용하는 등 공공성이 높은 활동을 주로 하기 때문이다. 사회적기업에서 내가 가진 재능을 나누는 것이 결국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인 것이다.

우시산 같은 사회적기업에서 사회를 위해 무언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보는 건 어떨까. 오는 19일 북구오토벨리체육관 3층에서 우시산을 비롯해 10개 기관이 사회공헌활동 지원사업 참여자 모집에 나선다.

아름다운 노년의 사회공헌활동으로 우리 사회를 더 따뜻하고 건강하게 만들자. 보수를 생각하기보다는 사회에 내가 가진 재능을 봉사하고 싶은 베이비부머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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