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의 정제마진이 한달만에 3배 가까이 오르면서 국내 정유업계가 지난해말부터 이어진 악몽같은 업황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있다.

정제마진은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를 포함한 원료비를 뺀 것으로, 정유사의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싱가포르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4.37달러로 이달초 4달러 돌파한뒤 소폭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정제마진이 지난 1월말 한때 1.5달러까지 떨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 달여 만에 거의 3배 수준으로 오른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4분기 정제마진 하락으로 줄줄이 적자를 기록한 국내 정유사들은 다음달 실적 발표를 앞두고 1분기만에 손실구간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는 지난해 4분기 석유 부문에서 일제히 적자를 내면서 총 영업손실이 1조원을 넘어섰다. 이 기간에 정제마진이 평균 2달러대 후반으로, 손익분기점(4달러)에 훨씬 못 미친 데 따른 부진이었다.

최근의 정제마진 상승은 미국 정유사들의 정기보수와 국제유가 반등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유사들은 2~3년에 한 차례씩 주로 봄철에 2개월간 정기보수를 진행하는데, 전세계 정제 능력의 18.9%를 차지하는 미국의 정기보수가 이어지고 있는 게 업계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이 발간한 ‘미국 정유사 정기보수 현황’에 따르면 올해 정기보수 예정인 미국 정유사 21곳 가운데 2∼5월 사이 정기보수 일정을 잡은 곳은 19곳이며, 이 가운데 아직 보수를 마치지 못한 곳이 12곳으로 파악됐다.

이와 함께 지난해 12월 배럴당 5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두바이유 가격이 지난 13일 67.15달러까지 오르는 등 국제유가가 상승세로 돌아선 것도 정제마진 상승세에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지난해 3월 평균 정제마진이 7.2달러 였던 점을 감안할 경우 큰 폭의 실적 기대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과 국제유가가 동시에 상승한다는 건 시장이 석유제품의 가격 상승세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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