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배호 화백

미국 국가(國歌) ‘The Star-Spangled Banner’는 ‘별이 촘촘한 깃발'이란 뜻으로 미국 국기 모습을 그대로 표현했다. 선율은 영국인 존 스태퍼드 스미스가 작곡한 곡에서 따왔는데 ‘To Anacreon in Heaven(천국의 아나크레온에게)’이라는 제목으로 불렸다. 1766년부터 1792년까지 영국의 아마추어 뮤지션 모임에서 불리던 대표적인 노래로 저녁식사와 이어진 술자리의 권주가 였다.

처음부터 이 노래가 미국 국가로 불린 것은 아니었다. 식민지 시절에는 영국의 국가 ‘신이여 왕을 지켜 주소서’가 1776년 미국 독립 전쟁 이전까지 불렸다. ‘별이 촘촘한 깃발’은 1889년 미 해군의 공식 연주곡으로 사용된다. 1916년애는 우드르 윌슨 대통령이 공인해 국가 공식행사에서 부르기 시작했다. 1918년에는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불리다가 허버트 클라크 후버 대통령의 요청으로 하원 의결을 거쳐 미국의 정식 국가가 됐다. 1700년대 영국 아마추어 뮤지션 모임의 권주가가 ‘맥 헨리 요새의 방어’라는 시를 가사로 미국 국가가 된 셈이다.

최근 전교조를 비롯한 진보 진영 일각에서 ‘친일 교가(校歌)’ 교체 주장에 이어 ‘애국가 교체’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교조는 서울 시내 113개 학교 교가가 친일파 작사 작곡가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오랜 세월 학교의 상징이 된 교가를 친일로 몰아 폐기한다면 학교의 유서 깊은 건물이나 고목, 교훈, 역대 교장 사진 등도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

일부에선 “애국가 작곡가 안익태의 친일 행적을 들어 애국가를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선 교체 찬성 24.4%, 반대 58.8%로 안익태 애국가 지지율이 높았다. 현 애국가는 1940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공식 국가로 지정됐다. ‘친일’ 딱지 교체 운운은 홍위병식 사고라는 반론이 제기됐다.

국가 상징인 태극기는 ‘대한민국 국기법’에 따라 공식 국기로 지정되어 있다. 애국가는 관습적으로 ‘국가’로 인정되고 있을 뿐 법적인 근거가 없다. 따라서 현행 애국가도 ‘대한만국 국가(國歌)법’을 제정해 공식적인 법적 지위를 부여해야할 판이 됐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