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매일-반구대포럼 공동 기획-대한민국 인류유산 '대곡천암각화군'
3. 세계유산 등재 연구 성과와 당면과제

"개발 논리 보다는 세계유산 등재에 힘 모으자” 는 제언에 등재 노력 시작
 세계 포경문화 형태 대표·전통적 해양이용 증명 대표적 사례로 추천하기도
 울산시 독단적·일회성 추가 연구 이뤄질 경우 의미 있는 성과 도출 어려워
 새 등재 계획수립 보다 기존 성과물 미비점 보완하면서 우선 순위 찾아야

대곡천암각화군의 세계유산등재를 위해선 각 분야별 연구가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울산에서 열린 ‘2018년 대곡천 암각화 국제학술대회'.출처=내외뉴스통신(http://www.nbnnews.co.kr)

1971년 겨울 우리에게 다가온 반구대암각화가 이제 발견 50주년을 두어 해를 앞두고 있다.  그런 만큼 반구대암각화로 대표되는 대곡천 암각화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등재는 더 이상 미루기 어려운 과제가 되었다. 반구대 암각화가 발견된 후  많은 연구자들이 숨겨진 탁월한 가치를 찾는 성과를 이뤄냈다. 하지만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연구는 아직 부족하다. 대곡천암각화군에 대한 그간의 연구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이하우 교수
돌이켜보면 반구대암각화를 세계유산에 등재하겠다는 시작은 의미가 크다. 개발의 저지와 그리고 그 결과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울산시는 이 일대를 지역문화 관광브랜드로 활용하고자 ‘반구대 선사문화공원 조성계획’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이듬해 9월에는 ‘반구대 암각화주변 문화관광 자원화 사업 설계안’ 공모에서 ○○건축사 사무소의 설계안이 당선되었다. 그 내용은 대체로 이곳을 선사시대처럼 꾸며놓고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말하자면 일종의 위락 놀이공원으로 만들어 관광지로 개발하겠다는 것이었고, 따라서 설계안은 개발이익을 염두에 둔 지역민의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그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국암각화학회를 비롯한 학술단체와 반구대사랑연대 등의 지역시민단체는 이를 막고자함에 따라 ‘반구대 명승지 지정심의서’와 ‘천전리 각석에서부터 반구대 암각화에 이르는 대곡천변에 대한 문화재 보호구역 지정 신청서’ 등을 문화재청에 제출하며 필사적인 저지에 나섰다.

이후 개발론과 보존론 사이에서 수년간 공방이 이어졌고, 결국은 선사문화공원 조성계획은 취소되기에 이른다. 대신 울산시는 지금의 암각화박물관의 전신 ‘선사문화전시관’을 건립하겠다는 의지를 굳건히 하였다. 부차적으로 그 아름답던 진현에서 반구서원에 이르는 오솔길의 확장이나 주차장 부지와 같은 부분도 치열한 논쟁 꺼리가 되었다. 이런 갈등의 과정에서 당시 한국암각화학회를 대표하여 임세권 안동대교수는 “유적의 중요성은 다 알고 있지 않느냐, 이제 개발을 놓고 다툴 것이 아니라, 이참에 세계유산등재에 힘을 모으는 것이 어떻겠느냐”하는 의견제시에 따라, 마침내 개발은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노력으로 승화되었던 것이다.

#유적 자체만으론 세계유산 등재 어려워

사실 세계유산등재라는 것은 유적자체의 존재가치만으로는 거기에 이르지 못한다. 이 세상에는 무수한 암각화유적이 있다. 그리고 반구대암각화는 그런 많은 유적 중의 작은 하나에 불과한 것이다. 그것이 세계유산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는 적합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그 가치를 우리가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그 목표에 닿고자 문화재청은 2010년 ‘대곡천 암각화군’을 잠정목록에 등록했다. 동시에 대곡천만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로서 OUV(Outstanding Universal Value)개발을 위한 몇몇의 연구 과제를 추진하였다.

문화재청 사업으로 2012년(대곡천 암각화군 보존학술조사)과 2015년(세계유산 등재추진을 위한 대곡천 암각화군의 세계유산 가치도출) 두 차례에 걸쳐 이코모스 한국위원회가 주축이 된 연구가 수행된 바 있다. 이를 간단히 살펴보면, 2012년의 연구는 유적가치의 도출을 위한 첫 연구로서 고고학, 선사미술, 인문학, 정책행정학, 보존과학, 공학 및 경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대곡천 암각화군 전반을 비교적 상세하게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다. 탄탄한 구성의 내용은 고고학적 분석에서부터 지금까지도 논점의 중심이 되는 보존과학 분야를 모두 아우르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세계유산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우리의 유적을 검증하여, 결론으로서 정선된 OUV를 제시하고 있다.

그동안 이뤄진 대곡천 암각화군의 가치에 대한 여러 연구 성과물들.

 
# 문화유산 해당 (ⅰ)~(ⅵ)번 기준 집중 제언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10개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그중에서 (ⅶ)~(ⅹ)번은 자연조건으로부터 생물학적 다양성과 지질, 지리학적 측면을 말하는 부분으로, 대곡천 역시 천혜의 경관을 간직하는 곳이지만, 그 수준에서 논의가 이루어지기에는 거리가 있다. 따라서 문화유산에 해당하는 (ⅰ)~(ⅵ)번의 세부기준이 있는데, 거기서 최소한 1개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최근의 추세는 복수의 기준을 만족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2012년의 연구에서 추천된 등재기준은 (ⅲ), 신석기시대로부터 긴 시간 교차하는 문화단계와 그 주체들의 생업 및 신앙형태가 반영되었으며, 고래사냥관련 해양어로문화의 신앙형태와 그 전통이 반영된 탁월한 가치가 있다고 하였다. 동시에 기준 (ⅴ), 세계에서 포경이라고 하는 문화형태를 대표하며 울산만을 중심으로 하는 전통적 해양이용을 예증하는 상호작용의 대표적 사례라고 추천하였다.

3년 후 제출된 2015년의 연구결과는 많은 부분이 2012년의 내용을 따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구대암각화를 단지 유형문화유산 만으로 보지 않고 자연 지리학적 환경을 염두에 둔 복합유산으로 판단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OUV의 도출 역시 (ⅲ) 단일기준을 제시하는 것으로 후퇴하고 있으며, 인류문화의 천재성을 대변한다고 하는 기준 (ⅰ)을 적극 검토할 것을 주문하였다. 이런 결론은 유적에 대한 OUV의 접근방식에서 등재기준의 영역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 ‘조례' 등 울산시의 주도적 노력도 주문

같은 해에는 반구대포럼이 주체가 되어 문화재청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기반 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보존관리 및 활용을 중심으로 한 연구가 수행되었다. 이 연구결과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앞서 있었던 두 연구 성과를 주도적으로 분석하여 구체적 등재전략을 제안한다는 점이다. 특히 등재와 관련한 전반적인 업무추진이 당시 절차상으로는 다소 예외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통상 세계유산등재의 주체는 유산을 보유한 지방정부가 중심이 되는 현실인 반면, 울산시의 선 보존 후 세계유산등재 추진 정책으로 대곡천 암각화군은 문화재청이 그 전반을 주도해 왔다. 전국의 자치단체들이 자신들의 행정구역내에 있는 유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하여 세계유산등재추진 조례를 입법 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처럼 울산시도 대곡천암각화군의 세계유산등재추진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할 것을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고서는 바람직한 모형으로서 유적소재 지역주민그룹: 암각화전문가 집단: 행정실무 그룹의 상호 유기적 협조아래 등재전략이 서고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을 충고한다. 또 하나 유념해야 할 부분은 적어도 유적문제는 정확한 현장에 대한 학술조사가 선행되고, 그 결과로서 국영문의 조사보고서의 발간 및 제공이 있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유적 고유의 가치로서 OUV의 개발은 물론, 유적에 대한 여러 방면의 모니터링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유적관리의 진정성을 보여야 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 천전리각석과의 유기적 관계도 분석

2016년에는 울산대학교 반구대암각화보존연구소가 문화재청 지원으로 ‘대곡천 암각화군 역사문화사 비교연구’를 수행하였다. 이 보고서는 9명의 국내 암각화전문연구자 그룹의 학술적인 접근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하는 학문적 현황을 보여주는 심도 있는 성과라고 평가된다.
내용구성을 살펴보면 유적 조성주체의 규명을 비롯하여 실험고고학적 기법연구가 실제로 이루어졌으며, 천전리 각석과 반구대가 서로 어떤 유기적 관련성을 갖고 있는가 하는 점 등 현안에 대하여 깊은 분석이 이루어졌다. 또한 분야별 연구 및 학제적 접근이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하고 두 암각화가 세계암각화 및 선사, 역사미술에서 차지하는 문화사적, 회화사적 자리매김도 과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 체계적으로 사업 추진해야 성과 도출

이상 몇 번의 연구과정을 볼 때, 등재추진과 관련하여 과제의 부여 또는 과정은 어떤 단계적 수순으로 추진되고 있는가 하는 점에서 의문이 있다. 무엇보다도 우선순위에서 선행되어야 할 유적의 현상으로서 표현물조사나 정밀한 도면조차 공적으로 제시되지 못하고, 개별 연구결과가 공유되고 종합하여 시간이 지날수록 축적되는 시스템이 없는 점에서 볼 때, 체계적이지 못한 사업추진은 그 주체의 힘만 뺄 뿐, 의미 있는 성과도출을 어렵게 한다.

최근 울산시가 등재의지를 밝힌 가운데, 새로운 연구를 준비한다고 들었다. 이 역시 고민 없이 추진될 경우, 비슷한 연구가 거듭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우선은 계획과 실천보다 이미 제출된 성과의 내용검토가 선행해야 한다. 아울러 미비점을 찾고 우선순위의 수립과 함께 그 이후에나 그것이 실천되기를 기대한다. 울산시에서 미리 잘 살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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