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2일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에서 만난 김정아 정책국장은 “산재전문 공공병원의 확장성과 전문성을 높이고, 필요하다면 울산시가 별도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울산의 숙원이었던 산재전문 공공병원 설립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로 시동을 걸고 있는 가운데 산재기금으로 추진되는 만큼 사업 초기부터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김정아(사진) 정책국장을 만나 노동계가 바라는 산재전문 공공병원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 22일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사무실에서 만난 김정아 정책국장은 우선 노동자의 도시 울산에 뒤늦게나마 산재병원이 설립되는 것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울산의 노동자들은 화상을 입고 손가락이 잘리는 산재를 입어도, 울산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부산 등지로 가야만 했다. 명실상부한 노동자의 도시인데도, 정작 산재 노동자들은 울산을 떠나야 했다. 이제라도 산재전문 병원이 들어선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당초보다 줄어든 300병상 규모에는 실망과 우려를 드러냈다. 그동안 노동계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500병상 이상의 산재병원 설립을 주장해왔다. 이 배경에 가장 큰 이유는 ‘응급센터’ 때문이다. 공단지역을 중심으로 유해화학물질이 밀집된 울산지역의 특성상 누출과 폭발, 화재 등의 우려가 높다. 산재병원은 이들 사고에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하지만, 현재 추진되는 규모로는 한계가 있다는 게 김정아 국장의 주장이다.

김 국장은 “응급 상황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병원에서 수술이 가능해야 하지만, 현재 추진되는 300병상 규모로는 인력과 인프라 측면에서 응급센터를 운영하기 힘들다”면서 “산재병원이 설립되면 울산뿐만 아니라 경주와 양산, 부산 기장까지도 아울러야 하는데, 이같은 수요를 충족하기에도 규모는 확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가 요구하는 산재병원 기능은 크게 4가지다. 앞서 언급한 응급센터뿐만 아니라 수지(手指))·화상센터 그리고 트라우마센터다. “많은 노동자들은 본인이 산재 피해자되기도 하고, 눈앞에서 동료가 죽거나 다치는 것을 경험한다. 내가 혹은 동료가 다친 현장에서 다시 일을 한다는 것은 끔찍하게 두려운 일이다. 이들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다시 건강하게 현장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산재병원의 역할이다.”

김정아 정책국장이 강조하는 또다른 산재병원의 역할은 ‘연구’다. 산재를 입고도 공상으로 처리하는 등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산재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기초자료가 없는 게 현실이다. 산업별로 발생할 수 있는 직업병 등에 대한 정보도 전무하다. 김 국장은 “최근 플랜트 노조가 석면 문제를 제기했는데, 10년간 잠복기를 거쳐 최근 발병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면서 “산업별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재해 요소들이 있을 수 있고, 이에 대한 연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산재병원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한 논쟁은 다시 ‘규모’라는 원점으로 되돌아온다. 김정아 국장은 국비에 한정하지 않고, 울산시가 시비를 투입하는 방안도 고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산재와 직업병 연구 등은 노동자뿐만 아니라 지역 시민들의 건강권을 위한 것이다. 더 이상 울산 시민들이 건강한 삶을 위해 울산을 떠나서는 안 된다. 울산시가 산재병원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조례를 제정해서라도 예산을 지원해 산재병원이 제 기능과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김정아 국장은 산재병원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노동계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는 한국노총에 노동계를 대표해 함께 힘을 모으자고 요청한 상태다. 울산시는 물론 근로복지공단, 고용노동부 등에도 면담을 통해 요구를 전달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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