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경찰 취약지역 `폴리스 존'운영 지역공동체와 치안 협업모색
3개월 간 시범운영 후 도입 검토…행정적 개입보다 실질적 도움돼야
제도 보완·여론 수렴 후 확대 시행해 ‘핫스팟 폴리싱’ 모델되기를 

이장욱 교수

최근 필자는 울산경찰이 개청 20주년을 맞아 달동 자두공원 일대 등 4개 취약지역을 ‘폴리스 존’으로 지정해 해당지역에 대한 맞춤형 순찰활동을 전개할 방침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4월 1일부터 3개월간 시범운영에 돌입한다고 했으니, 아마도 지금쯤이면 시범운영이 한창 진행 중일 것으로 짐작된다. 이러한 취약지역 집중순찰활동은 공동체 치안활동(community policing), 문제 지향적 치안활동(problem-oriented policing)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최근 학계에서 논의가 활발한 소위 ‘핫스팟(hot spot)’과도 직결된다.

그러나, 경찰 순찰활동에 대한 연구의 기원을 살펴보면, 1974년 미국 캔자스시의 차량순찰실험과 1980년대 미국 뉴왁(Newark)시의 도보순찰실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이들 실험의 결과는 당시로서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는데, 경찰순찰을 강화하더라도 범죄의 증감과는 ‘거의’ 무관하다는 것이었다. 참혹한 결과였지만, 범죄라는 것이 원래 범죄자들의 사회적, 경제적, 물리적 환경과 복잡하게 맞물려서 발생하는 현상임을 감안하면 오히려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경찰관들이 주민들의 눈에 더 자주 띄게 되면 예전에는 귀찮아서라도 묵인했던 사소한 비행까지 신고를 하게 되어 오히려 일시적으로는 범죄율이 증가될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오늘날 경찰 순찰업무의 상당 부분은 과학적인 데이터 분석에 근거하여 이루어지므로 범죄예측의 정확성 측면에서 볼 때 과거 1970~80년대의 주먹구구식 순찰과 비교할 바는 아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순찰강화가 지역 범죄율 감소와 직결된다는 연구결과는 여전히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그렇다면, 경찰은 왜 뚜렷한 성과도 담보되지 않는 집중순찰제를 도입하려는 것일까? 그저 ‘순찰은 당연한 경찰의 임무니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은 범죄율 감소만큼이나 중요한 가치와 목표가 순찰활동의 이면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바로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다.

화제를 돌려보자. 일상생활 중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느껴 본 적이 있는가? 혹시 밤길을 걷다 등골이 오싹해졌던 경험이 있는가? 뉴스나 이웃에게서 전해들은 흉악범죄 소식에 ‘혹시 나도?’라는 막연한 두려움으로 모골이 송연해진 적이 있는가? 두려움 때문에 본인의 일상이 위축된 적이 있는가? 아마도 적지 않은 독자들이 위의 질문들에 대해 ‘그렇다’는 대답을 했을 것이다.

이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주제는 학계에서는 1980년대를 전후해 관심이 증가하기 시작했으나, 사회적으로 이슈화되기 시작한 것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동안은 범죄두려움보다는 어떻게 하면 범죄를 1건이라도 더 줄일 수 있을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사실 ‘두려움’이라는 용어는 사람의 내심(內心)과 관련된 단어이다 보니, 범죄대책에 있어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선뜻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범죄두려움은 사람들마다 제각각인 내적 심리 상태를 넘어서서 그 자체로서 하나의 ‘사회적 실체’이다.

범죄 두려움은 미시적 차원에서 보면 개인으로 하여금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저마다 나름의 범죄대비책을 강구하게 하며, 항시 조심하고 주변을 경계하도록 유도한다. 이를 범죄예방론적 관점에서 보면, 상당히 바람직한 행동패턴이며, 범죄두려움은 이 점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긍정적인 측면도 가진다.

그러나, 범죄두려움이 주는 해악은 어떠한가? 어떤 동네의 주택가 골목에서 최근 들어 야간에 끔찍한 노상강도나 성범죄가 연이어 발생했다고 가정해보자. 그 동네의 주민들 대다수는 해질 무렵부터 외출을 삼갈 것이고, 퇴근 후 동네산책이나 이웃과의 만남, 동네 호프집에서 치맥 등의 여가생활은 점차 그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또한 주민끼리의 불신감은 커져만 갈 것이며, 지역 경제활동이 위축됨으로써 지역경기는 급속히 나빠질 것이다. 이런 식으로 동네의 ‘광장’이 텅 비게 되면, 그 빈 공간은 잠재적 범죄자들의 차지가 될 것이고, 결국 그 동네 전체가 범죄자의 해방구로 전락하게 된다. 주민들의 범죄에 대한 두려움은 날로 커져만 갈 것이다. 이렇듯, 범죄두려움은 구조적 악순환의 출발점이 되며, 주민들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주범이다. 범죄두려움으로 인한 해악은 거시적이며 방대하다.

위와 같은 범죄두려움의 사회적 손실을 고려할 때, 울산경찰이 최근 발표한 ‘폴리스 존’ 운영계획은 관내 치안취약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 제고에 있어 그 어느 행정적 개입(intervention)보다도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획기적 조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자치경찰시대 개막에 앞서 지역공동체와 경찰과의 유기적 협업 체계를 미리 구축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에도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치안불안요인 해소를 위해 순찰과 환경개선을 병행하겠다는 방침은 마치 1990년대 초 미국 뉴욕의 도시재생사업을 연상케 한다.

그런데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3개월간의 시범운영 성과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확대시행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대목이다. 이는 성과가 저조하면 사업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로 비춰진다. 그러나 가시적인 범죄예방효과를 내기에 3개월이라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며, 주민들의 범죄두려움은 객관적 수치로 계량화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다시 말해, 시범운영 종료 후 제도적 보완과 여론 수렴, 대상지역 추가 확대 등을 위한 시간적 여유가 필요할지언정, 확대시행 자체를 결정하기 위한 중간검토의 단계가 꼭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폴리스 존’ 시범운영은 여건이 허락하는 한 반드시 확대운영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래서 시민들의 범죄에 대한 두려움 해소에 기여함은 물론, 나아가 울산경찰이 한국형 ‘핫스팟 폴리싱’의 롤 모델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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