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A 리버사이드서 민족정신 전파한 안창호
이주민 도움받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큰 몫
간디․루터킹과 함께 리버사이드 시청 앞 동상도

이병근
시인․문화평론가

“우리 민족의 불행의 책임을 자기 이외에 돌리려고 하니 대관절 당신은 왜 못하고 남만 책망하려고 하시오? 우리나라가 독립이 못 되는 것이 다 나 때문이로구나 하고 가슴을 두드리고 아프게 뉘우칠 생각은 왜 못하고 어찌하여 그 놈이 죽일 놈이요, 저 놈이 죽일 놈이요라고만 하고 가만 앉아계시오? 내가 죽일 놈이라고 왜들 깨닫지 못하시오? 우리 가운데 인물이 없는 것은 인물이 되려고 마음먹고 힘쓰는 사람이 없는 까닭이요. 인물이 없다고 한탄하는 그 사람 자신이 왜 인물될 공부를 아니 하는 것이오?”

또 도산 안창호 선생의 외침이다. 우리가 세운 목적이 그른 것이라면 언제든지 실패할 것이요./우리가 세운 목적이 옳은 것이라면 언제든지 성공할 것이다./나는 밥을 먹어도 대한의 독립을 위해, 잠을 자도 대한의 독립을 위해왔다./이것은 내 목숨이 없어질 때까지 변함이 없을 것이다./......생략

조용하면서도 정갈한 미국 도시 리버사이드 카운티는 28개 시로 구성돼 있으며 LA다운타운에서 동쪽으로 약 57마일정도 떨어져 있다. 리버사이드 시청 앞에는 1800년대 오렌지 농장의 한인 노동자들을 계몽하던 민족의 지도자 도산 안창호 선생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도산 추모 동상이 우뚝 서 있다. 1902년 9월 한국을 떠나 그 해 11월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고, 그 이듬해 1월경 이곳 리버사이드에 정착해 한인들을 지도하면서부터 공립협회와 흥사단을 설립,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안창호(1878-1938)선생은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 운동가 겸 교육가, 정치가였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할아버지 밑에서 서당을 다니면서 성리학 공부를 하게 됐고, 그러다가 1894년 청일전쟁 당시 외세에 의해 평양이 파괴되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은 안창호는 집안에 반대를 무릅쓰고 한양으로 상경해 ‘배우고 싶은 사람은 누구든 먹고 자고 마음대로 공부할 수 있으니 우리 학교로 오라’ 고 권하는 미국인 개신교 선교사를 만난 것을 계기로 장로교에서 설립한 구세학당(求世學堂)에 들어가 공부하게 된다. 1902년 11월 아내 이혜련과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망망대해에 우뚝 서 있는 하와이 섬의 웅장한 모습을 보고 자신의 호를 도산(島山) 으로 짓게 된다. 이후 리버사이드에 정착해 주변 한인들을 규합한 단체를 만들어 독립운동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시작 하면서 온갖 인종차별과 고된 노동 속에서도 자신의 임금의 50%이상을 기꺼이 내준 미주 노동자들의 돈을 상해에 보내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하는 기틀에 큰 몫을 하게 된다.

리버사이드 시청사 앞에는 동상이 3기가 있는데,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 미국의 마틴 루터킹 그리고 안창호의 동상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 교민들 사이에서 대한인국민회와 안창호의 역사는 현지 미국 시민들 사이에서도 의미가 깊다. 도산과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 미국 마틴 루서 킹을 비교하는 논문을 저술한 차만재 프레즈노 캘리포니아주립대(칼스테이트) 정치학과 명예교수는 도산과 간디, 킹 세 사람은 인간의 본성과 진리를 찾고 본성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방법이 동일하다고 말했다. 정신적, 내적으로 인간의 힘을 기르고 실력을 양성하자는 면에서 철학이 같다는 의미라면서 하지만, 도산과 간디, 킹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도 있다고 말했다.

간디는 영국에 대항 했지만 영국 지식인 사회에서는 상당한 지지를 받았다. 킹 목사도 인종차별에 항거하면서 미국의 헌법정신을 일깨운 덕분에 백인 지식인 그룹의 도움을 끌어냈다. 하지만 도산 선생의 항거와 민주주의 정신은 당시 민주적 전통이 전무하던 제국주의 일본에 전적으로 대항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만큼 도산의 독립·사회운동이 훨씬 외롭고도 힘겨운 싸움일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시는 1991년 일제강점기에 한인사회의 형성과 발전에 공로를 세운 도산 안창호를 기념하기 위해 대한인국민회관의 앞길을 ‘Dosan Ahn Chang Ho Squire’로 명명, 문화사적지로 정했다. 또한 도산 안창호 우체국이 있고, 110번과 10번 프리웨이가 만나는 지점에 ‘도산 메모리얼 인터체인지’라는 고속도로 표지판도 있다. 리버사이드 카운티 시청 앞 안창호 동상은 민족의 위대한 정신문화의 흔적이다. 이번 도산 안창호 선생 동상이 있는 현장을 탐방하는데 권석대(남가주 민주평통 전 회장)님의 도움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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