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배호 화백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가 전부 바뀌려면 7년이 걸린다. 그러니 우리는 영원히 일곱 살에 머물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관점을 바꿔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성분이 어디서 왔는지 생각해보면 우리 나이는 끝도 없이 길어지다가 어느 지점에서 멈춘다.

138억 년 전이었다. 그때 우리 몸을 이루는 성분들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작은 점이 폭발해서 우주가 탄생한 바로 그날이 138억 년 전이었다. 최초의 폭발 이후 몇 억년 뒤에 별이 생기고, 별이 폭발하면서 우주를 떠돌던 원자들은 46억 년 전 ‘중력’이라는 힘에 이끌려 지구라는 행성에 오게 됐다. 38억 년 전 요란하게 들떠 있던 지구가 잠잠해지고 나서, 첫 생명체가 탄생했다.

“태양의 밀도와 비슷하며 크기가 작은 ‘무언가’가 우주에 있다면 그곳의 빛은 우리에게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1784년 영국의 철학자이자 천문학자·지질학자 존 미셸이 화학자 헨리 캐번디시에게 보낸 편지에서 한 말이다. 우주에 존재하며 강한 중력을 가진 천체, ‘블랙홀’ 개념을 처음 언급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빛조차 빠져 나오지 못하는 우주의 심연(深淵) 블랙홀(black hole)이 사상 처음으로 인류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블랙홀은 사물을 끌어당기는 중력이 엄청나게 강해 모든 물질을 빨아들이는 천체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묘사한 불랙홀은 물리학 이론을 근거로 컴퓨터로 합성한 모습이지 실제 영상은 아니었다.

5500만 광년 거리에 있고, 질량은 태양의 65억배라고 한다. 1977년 발사된 무인 우주탐사선 보이저 1·2호가 42년 비행한 거리가 빛의 속도로는 하루가 안된다. 태양의 크기는 지구의 100만배다. 그래서 빛까지 빨아들이고 시공간도 왜곡되는 곳인가.

최초로 촬영해 공개된 블랙홀 모습은 100년 전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으로 예측한 것과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블랙홀은 은하와 우주형성, 진화 과정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만큼 인류가 우주를 바라보는 새로운 ‘창문’을 연 것과 다름없다. 블랙홀 연구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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