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매일-반구대포럼 공동 기획 : 대한민국 인류유산 '대곡천암각화군'
7.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주요 조건

‘백제역사유적지구’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보존대책 어려운 과정 거쳐
‘유산별 보존관리계획’… 조례제정·주변 경관개선·탐방객 안전조치 마련
 유산보존 위한 주민 노력 증거 제시 필수… 지킴이 활동·캠페인·환경정화 등
 세계유산 등재 지역주민 문화적 자긍심 고취·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큰 힘

 

최근 세계유산 등재에는 해당 지역주민들이 유산의 보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주민참여와 지역공동체 참여를 필수적인 요건으로 요구하고 있어 지역 주민들의 노력에 대한 가시적인 증거가 제시되어야 한다. 사진은 활발한 주민 참여 활동으로 세계유산 등재를 이뤄낸 백제역사유적지구(부여 정림사지).
이동주 센터장

필자는 비교적 최근에 등재된 백제역사유적지구와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세계유산등재를 위한 기초연구와 등재신청서 작성 과정에 참여한바 있다. 다행히 두 개의 신청유산 모두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되었지만, 그 준비과정은 지금 뒤돌아보면 매우 어려운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등재 신청유산의 선정과 탁월한 보편적 가치의 규명, 보존관리 현황과 관련 계획의 적정성 등에 대한 설명 등 어느 하나 녹록치 않았다.


다행히도 백제역사유적이나 산사는 오랜 기간 동안 중앙정부 및 지자체, 기타 관리단체 등에 의해 지속적으로 그 가치에 대한 조사 연구가 진행되어 왔고, 체계적인 보존관리시스템을 갖추고 있었기에 세계유산목록의 등재가 가능한 일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현재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준비되고 있는 대곡천 암각화군의 경우에도 국내적으로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그 가치에 대해 알려져 있으나, 세계유산으로 등재시킨다는 것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 이외에도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요구하는 여러 조건들을 충족해야만 세계유산목록에 등재시킬 수 있다. 따라서 대곡천 암각화군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필요한 주요 조건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세계유산 등재기준 1개 이상 적용 증명해야

신청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이하 OUV)에 대한 내용은 사실에 입각하여 간략한 진술문을 제시하고, 더불어 유네스코에서 제시하는 10가지 기준(문화유산 6개 기준, 자연유산 4개 기준) 중 적어도 1개 이상의 적용 기준을 선정하여 이를 증명하여야 한다. 특히, 탁월한 보편적가치의 진술과 기준의 적용은 대곡천 암각화군을 구성하는 단위유산(예를 들어 반구대 암각화, 천전리 각석 등)에 대한 개별적인 OUV에 대한 증명이 아닌, 전체(모든 단위유산)유산의 총합이 가지는 OUV가 진술되고 신청기준에 부합되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한 사항이라 할 수 있다.
 

#진정성(Integrity)·완전성(Authenticity) 충족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를 신청하려면 진정성과 완전성의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진정성은 신뢰성을 지닌 정보의 출처를 의미하는데, 이에 대한 세부설명은 형태와 디자인, 재료와 구성 물질, 용도와 기능, 전통·기법·관리체계, 위치와 주변 환경, 언어 및 다른 형태의 무형유산, 정신 및 감정, 다른 내부와 외부요소 등 8개 요인을 대상으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유산 운영지침에서는 진정성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 “유산은 그들의 문화적 가치가 다양한 속성을 통해 진실되고 믿을 만하게 표출되고 있다면 진정성에 대한 기준을 충족한다고 판단하고 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완전성은 문화유산과 그 속성들의 완전함과 온전함을 가늠하는 척도이다. 따라서 완전성의 조건을 검토할 때에는 OUV를 나타내는 구성요소를 온전하게 포함하고 있는지, 유산이 그 중요성을 전달하는 특징과 과정을 완전하게 대표하기에 충분한 규모인지, 개발 또는 방치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이 끼치고 있는 피해는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문화유산으로 신청된 유산의 완전성은 해당 유산의 물리적 재질이나 중요한 특징이 양호한 상태여야 하며, 쇠락 과정의 영향은 통제되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최근 문화재청이 보수 정비를 마치고 공개한 백제역사유적지구 내 익산 미륵사지 석탑.

#시험과 검증 거친 지속가능한 보존관리 체계

보존관리 체계는 문화재의 지정·보호 및 관리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포함한다. 따라서 유산의 보존 상태와 위해요소에 대한 대응체계, 법적이나 제도적인 보호와 관리체제, 관련 프로그램, 보존 관리 인력의 수준과 재정 여건, 가치증진 활동, 모니터링 체계 및 활동 등 다양하고 광범위한 내용이 포함된다.

또한 유산의 보존 관리 내용에는 세계유산 등재에 따른 변화와 도전을 포함하는 중장기적인 미래에 대한  현실적인 비전이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이 보존 관리계획이나 체계의 제시는 앞으로 시행될 ‘문서’상의 계획이라기보다는 시험과 검증을 거친 대책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즉, 등재신청서 상의 주요 내용과 유산의 보존관리계획에서 언급한 정보와 프로그램 사이에는 상호 밀접한 연관성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보존 관리를 위해서는 적절한 경계설정이 필요하며, 유산구역과 완충구역의 경계 설정은 세계유산의 효과적인 보호체계 구축을 위한 필수요건이다.

유산구역은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되기 위해서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직접 유형적으로 보여주는 모든 지역과 속성을 포함해야 하며, 향후 연구 가능성의 측면에서 해당사항을 이해하는데 기여하고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지역을 포함하여 설정해야 한다. 유산구역의 경계는 각종 지구나 구역 경계와 일치할 수 있으며, 등재 요건을 갖춘 지구나 구역의 일부만이 설정될 수도 있다.

완충구역은 유산의 적절한 보호를 위해 적정한 규모로 설정되어야 한다. 완충구역은 유산구역의 효과적인 보호를 목적으로 유산에 추가적인 보호의 켜를 제공하기 위해 이용과 개발에 대한 법률이나 관습상 제약이 보완적으로 행해지는 유산구역 주변지역이다. 여기에는 유산구역에 바로 인접한 주변 환경과 중요한 경관, 유산과 그 보호를 위한 버팀목으로서 기능상 중요한 다른 지역과 속성들도 포함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유산구역과 완충구역에 대한 현황과 향후 보존관리계획의 제시도 반드시 필요한 내용이다. 이와 관련하여 백제역사유적과 산사의 경우에는 등재신청을 위한 기초연구과정에서 개별유산에 대한 보존관리 상태를 부문별로 면밀히 검토·정리하고, 향후 보존관리계획을 제시하는 ‘유산별 보존관리계획’을 수립하였다. 이렇게 수립된 계획서를 바탕으로 관련 조례의 제정, 유산 주변 경관개선사업, 탐방객 안전조치 및 유산의 보전을 위한 무인감시시스템 설치 등의 사업이 추진되었고, 등재신청서 및 부록 보존관리계획서 작성에도 유용하게 활용되었다.
 

5Cs, 지속가능한 세계유산 보존관리 기본전략.

#유산보존을 위한 지역 공동체의 참여 중요

최근 세계유산 등재에는 해당 지역주민들이 세계유산의 보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주민참여와 지역공동체 참여를 필수적인 요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신청 유산의 보존을 위한 지역주민들의 노력에 대한 가시적인 증거가 제시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문화유산 지킴이 활동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포함되므로 세계유산 등재 준비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전개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백제역사유적지구를 구성하는 공주시와 부여군, 익산시에서는 전문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주민교육활동 및 유산 탐방활동 등이 이루어졌으며, 각 지역의 주민협의회에서는 시민들과 방문객을 대상으로 세계유산등재 캠페인 활동, 환경정화활동, 교육프로그램 이수를 통한 지역내 유산의 인식제고 및 보호활동 등이 적극적으로 전개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유산의 가치가 널리 알려지고 보호의식이 높아지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얻음은 물론, 해외전문가 실사과정에서도 지역주민들이 세계유산 등재를 희망하는 메시지를 전달하여 좋은 평가를 이끌어 내기도 하였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서 발간한 세계유산 운영지침에서는 세계유산의 지속가능한 보존관리 전략으로 5Cs를 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도 유산의 지속가능한 보존과 관리에 있어 주민과 지역공동체의 참여와 역할이 매우 중시되고 있으며, 유산이 소재한 지역 공동체 커뮤니티의 물리적·사회적 활성화가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문화의세기' 세계유산은 국가경쟁력

유네스코에서는 20세기가 과학과 기술의 거대한 발전기인 ‘과학의 세기’였다면 21세기는 문화가 지배하는 ‘문화의 세기’가 될 것으로 예견한 바 있다. 즉 21세기의 탈이념 시대에서는 문화가 그 민족의 정체성을 국제사회에 드러내어 민족과 민족간의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는데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의 문화수준 정도가 국가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 척도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대곡천 암각화군’의 세계유산 등재는 대한민국의 국가 경쟁력을 강화시키는데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땅에서 살다 간 조상들이 남겨준 문화유산으로 인해, 작게는 지역주민들의 문화적 자긍심 고취와 더불어 국가적으로는 문화적 다양성이 확보되어 대한민국이 21세기 문화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