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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사람> ‘시장과 스피치라이터’ 낸 김종철 울산시 보도기획 담당 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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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철 사무관이 최근 20년간의 울산시장 스피치 라이터 일을 마무리하면서 낸 ‘시장과 스피치라이터’(북셀프·202쪽).  
 
   
 
  ▲ 20년간 네명의 울산시장 연설원고를 쓴 김종철 사무관은 시장과 스피치 라이터의 관계를 ‘동지’라기보다 ‘도반’이 돼야한다고 밝혔다. 우성만 기자  
 

폭군 ‘네로’ 옆을 지킨 ‘세네카’라는 스피치 라이터처럼 역사에 등장하는 어지간한 황후장상들에게는 그들만의 스피치 라이터가 있었다.

심완구, 박맹우, 김기현, 송철호시장까지 최근 네 명의 울산시장에게도 ‘울산시청 최초 스피치 라이터’라는 이름으로 연설 원고를 써준 이가 있었다. 바로 김종철 울산시 대변인실 보도기획 담당 사무관. 김 사무관이 최근 20년간의 울산시장 스피치 라이터 일을 마무리하면서 책 ‘시장과 스피치라이터’(북셀프·202쪽·사진)를 냈다.


19일 울산시청 대변인실에서 만난 그는 “20년간 즐겨 읽고 힘껏 썼다. 읽은 건 제자리로 돌아갔고, 쓴 건 허공으로 흩어졌지만 이 책을 통해 내 삶의 작은 쉼표하나를 찍었다”고 말했다.



◆ “20년간 ‘말의 숲’과 ‘글 감옥’에 있었다”

그는 기자 출신이다. 대학졸업 후 울산매일신문 1기로 시작해, 한울신문의 창간 멤버로 근무한 총 8년여의 언론사 생활을 끝내고 1999년 4월, 울산시에서 스피치 라이터 일을 시작했다.

그의 첫 원고는 ‘처용문화제 개막식’이었고, 이를 시작으로 20년간 자료를 보고 초안을 써서 넘기는 일만 반복했다. 신년사를 쓰고 나면 한 해가 시작됐고, 송년인사를 쓰면 한 해가 갔다. 돌아보면 모든 날이 같은 날이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는 그간의 생활을 ‘말의 숲’, ‘글 감옥’으로 표현했다.

24시간 365일이 아닌, 25시간 366일을 고민하면서 살았고, 잘 써야 한다는 강박으로 여느 스피치 라이터들처럼 과민성 대장염을 앓거나 신경증에 걸린 사람처럼 예민해 있기도 했다.

그는 “속 모르는 사람들은 작년이나 올해나 무슨 차이가 있으며, 누가 듣기나 하냐고 말들 하지만 남이 듣지 않는 말이라고 함부로 할 수 있는 연설은 세상에 없다”면서 “잘된 원고 멋진 연설은 소문나지 않지만 잘못 쓴 원고, 실수한 연설은 그날 해가 지기 전에 온 동네에 소문이 난다”고 말했다.



◆“시장-스피치 라이터, ‘동지’ 아닌 ‘도반’”

단어 하나 잘못 써 단칼에 해고 될 수도 있는데 그는 무려20년간 4명의 시장을 모셨다.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무엇보다 시장과 스피치 라이터는 ‘불가원 불가근’(不可遠 不可近)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당연히 스피치 라이터와 시장이 한 몸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막상 겪어 보니, 스피커와 한 몸이 되거나 상관과 부하의 수직적인 관계가 되는 것보다 서로가 약간의 긴장감을 가질 만큼의 ‘적당한’ 거리에 있을 때 더 생산적이고 효과적이라 것.

그래서 그는 시장과 스피치 라이터의 관계를 ‘동지’라기보다 ‘도반’이 돼야한다고 말한다. 둘이 상하관계로 되는 순간 연설원고의 창의성은 사라지고 스피커의 지시만 원고에 담기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다채롭고 독특한 네 시장의 연설스타일

그가 평가한 역대 울산시장들의 연설 스타일은 각자가 살아온 삶의 궤적만큼이나 다채롭고 독특하다.

심완구 시장의 연설은 한마디로 ‘정직과 열정’으로 요약된다. 언제 어디서 누구를 상대로 한 연설이든 진실하고 열정적이었다. 한마디를 해도 거짓이 없고 허투루 말하는 법이 없어 많은 사람들이 심 시장을 울산최고의 연설가로 꼽았고, 김 사무관도 공감한다.

박맹우 시장은 ‘메시지의 대가’, ‘적소적설’로 표현할 수 있다. 그는 메모광으로, 스치는 생각도 빼놓지 않고 메모했고, 그 메모가 가슴에 쌓여서 글이 되고 말이 돼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스토리의 힘을 믿었던 김기현 시장의 연설은 그래서 스토리가 있었다. 특히 김 시장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연설에 담는 것을 좋아해 듣는 이로 하여금 재미를 줬다고 한다.

그렇다면 현 송철호 시장은 어떨까. 시간상으로 송시장과 가까운 거리에 있지 않았던 그는 송시장의 연설스타일을 언급하기보다 제안을 했다.

그는 “유니크한 정치 이력, 인품과 따뜻한 가슴, 사람중심의 가치관을 가진 송시장은 자체가 웅변이고 울림이라 본다”며 “수라가 아니라 따끈한 국에 식은 밥 한 덩이 말아서 떠먹는 한술 같은 연설이 어울린다. 소통이 공감으로 이어지고 공감이 공존을 향해 나아가는 멋진 드라마를 송시장이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송 시장을 응원했다.



◆5월말 공직생활 마무리…몽고 여행 계획

기자출신 스피치 라이터. 많은 사람들은 그에게 ‘이성’, ‘합리’, ‘냉정’ 등의 단어를 떠올리겠지만 그는 누구보다 감성적이다.

자비로 300부를 찍은 책을 울산시청 동료, 언론사 선후배들에게 나누어 주면서 일일이 ‘첫사랑 같은 00’, ‘저의 영원한 00’ 등 각각 다른, 그래서 깊은 애정이 느껴지는 호칭을 적어 선물했다.

그가 20년간의 스피치 라이터 일을 마무리하면서 꼭 하고 싶은 말은 혹시 이런 일을 해보겠다고 마음먹는 사람이 있다면 영화에 나오는 백악관과 청와대의 스피치 라이터에 대한 환상은 버리라는 것. 그리고 ‘고뇌는 나의 것이고, 영광은 남의 것’임을 인정할 그럴 준비가 돼 있는지 먼저 자문해보기를 권했다.

김 사무관은 5월말 20년간의 울산시장 스피치 라이터 일을 마무리 한다. “6개월간은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다”는 그는 퇴직 후 몽고여행을 다녀와 집필중인 소설을 마무리 할 계획이다. 글=고은정기자·사진=우성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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