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화요극 오후 11시 10분
조직 캐릭터·에피소드 현실감 충만
다큐멘터리 룩 직장인 공감 끌어내 

연합뉴스

“제가 이걸 왜 해야 하죠?” “자네도 내 나이 되면 이해할 걸세.”
대한민국 1,680만 직장인이라면 이 두 가지 대사는 한 번쯤은 해봤을 법하다. 조직에 속한 사람이라면 철딱서니 없는 신참, 가운데서 치이는 중간 관리자, 그리고 꼰대로 불리는 상사까지 대부분 비슷한 단계를 거치기 때문이다.

KBS 2TV 화요극(오후 11시10분) ‘회사 가기 싫어'는 드라마인 듯 다큐멘터리인 듯 ‘양다리'를 걸친 채 현실 속 회사를 생생하게 조명한다. 지금은 잠시 휴식기인 MBC TV ‘무한도전'에서 선보인 ‘무한상사'를 떠올리게도 하지만, 그보다는 훨씬 현실에 가깝다.
작품 배경이자 문구류 회사인 한다스는 전형적인 ‘오피스'다. 직급별로 사무실 내 칸막이 높이가 서로 다른 것도 깨알 같은 현실 묘사이다.

등장인물들 역시 어느 조직에 대입해도 부합한다. 매주 사내 문화 개선을 외치지만 아무도 반기지 않는 이사부터 사장의 아우라가 느껴져 너도나도 피하는 사장 비서,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조용한 부조리를 실천 중인 부장, 부하들에게는 무능하고 상사들에게는 충성스러운 과장, 일 처리는 완벽하지만 인간미 없는 대리, 열정 넘치는 초고속 승진 차장, 막내 딱지를 떼기만 기다리는 사원, 눈치를 주든 말든 일단 퇴근하고 보는 신입까지…. 그냥 일상을 보여주는 것뿐인데 보고 있으면 은근히 감정이 동요한다. 모든 에피소드가 내 일, 네 일, 우리 일인 덕분이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둘러싼 갈등부터 직장 내 라인 타기까지 모든 조직이 겪는 일들이다.

물론 이 작품에 위로와 공감만 있는 것은 아니다. ‘B급 감성' 가득한 자막과 실험 정신 가득한 현실 풍자 같은 요소는 웃음을 선물하며 드라마에 가까운 에피소드들에서는 감동도 준다.
‘회사 가기 싫어'를 연출하는 조나은 PD는 23일 “사람 사는 데 정답은 없고 절대적으로 옳은 사람도 없다”라며 “서로 다른 입장을 살피면서 나를 객관화해보고, 상대 입장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실감을 더 주고 싶어서 다큐멘터리 룩을 선택했다. 캐릭터들은 직장인 자문단을 통해 만들어진 내용으로 설정했다. 여기에 시대성(1990년대생 신입사원)과 판타지(시니어인턴)를 반영할 수 있는 캐릭터들을 넣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키워드는 역시 ‘공감'이다. 이 작품을 보는 것이 당장 내게 닥친 사내에서의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할지라도, 늦은 밤 맥주 한잔하며 받는 이 질문은 마음을 울린다. “당신은 왜 회사에 가기 싫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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