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와 임금체불 하청노동자들이 23일 동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울산 조선산업 사내협력사 채용박람회장 앞에서 임금체불 해결을 요구하며 바닥에 누워 항의하고 있다. 우성만 기자  
 

“체불과 폐업으로 임금과 고용이 불안정해 수백, 수천 명의 하청노동자들은 고통을 받고 있다. 임금체불 시켜놓고 채용박람회가 웬 말이냐.”

23일 울산 동구청 2층 대강당에서 열린 울산 조선산업 사내협력사 채용박람회에서는 ‘체불 박살’ ‘원청 책임’ ‘임금 인상’ 문구가 적힌 노란 조끼를 입은 하청노동자들의 거센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날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소속 ‘임금체불에 고통 받고 있는 하청노동자들’이라고 밝힌 노동자 등 30여명은 채용박람회장 입구 앞에서 “임금체불을 해결해야하는 책임자는 나와서 사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윽고 ‘하청노동자 임금체불 원청이 책임져라’ ‘하청노동자 2천명 임금체불 여기가 체불의 왕국이냐’ ‘저가수주 손해 하청에게 책임전가’ 등 피켓을 들고 박람회장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주최 측이 이를 저지하면서 분위기는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이들은 박람회장 입구 바닥에 일제히 누워 점거 시위를 펼쳤다. 채용 서류제출 및 면접을 위해 온 구직자들과 박람회 관계자, 하청업체 관계자 등이 엉키며 ‘뒤죽박죽’ 됐다. 장내에는 ‘정리 되는 대로 행사를 진행하겠다’는 안내방송 멘트가 계속 나왔다.

이날 채용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 일부는 이들 주장에 동조키도 했다. 감 모(52·여) 씨는 “하청노동자들의 모습이 남일 같지 않다”며 “형식적으로 채용박람회를 열 것이 아니라, 하청업체들이 믿을 수 있는 곳인지 부터 확인해 달라”고 말했다.

2시간여 동안 이어진 시위는 관계자들이 전면 나서며 마무리됐다. 현장을 찾은 고용지청 근로감독관은 “임금체불과 관련해 회사와 논의 후 법적 절차 밟아가겠다”고 밝혔고, 현대중공업 직영협력사 관리부 관계자는 “하도급 기성금이 어떻게 지급됐는지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들 하청노동자들은 동구청 정문에서 도심 집회를 열고 “정부 기관이 나서서 나쁜 일자리를 알선하는 현실을 폭로키 위해 모였다”며 “노동부와 동구청 등이 채용박람회를 여는 것은 하청노동자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무책임의 극치”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기관은 최악의 고위험, 저임금 일자리로 전락한 조선소를 좋은 일자리로 만드는 데 역할을 다해야 한다”며 “이를 해결치 않고 채용박람회를 여는 건 현대중공업의 파렴치한 책임 회피에 동조하며 노동자를 현혹하는 악질적 행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대중공업 사내업체 Y사, H사 등 2개 업체 소속 직원 250명이 각각 임금의 80~120% 가까이를 못 받고 있다. 게다가 임금체불 등의 문제로 원청으로부터 이달 30일자로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며 “체불임금을 먼저 해결하고 현대중공업이 직접 나서 근본적 대책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출근시간 천막농성 70일째라고 밝히며 열악한 작업환경 개선과 임금인상 등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현대중공업 측은 “해당 업체는 계약에 따른 정당한 사유 없이 목적물의 제조를 거부해 부득이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밖에 없었다”며 “해당 협력업체들과 도급계약을 맺고, 처리된 물량에 따라 매월 기성금을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고용노동부와 울산시가 주최하고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와 울산 동구 등이 주관한 이번 채용박람회에는 사내협력사(현대중공업 17, 현대미포조선 8) 총25개사가 참여해 294명 모집을 계획한 가운데 구직자 350명이 참여해 이중 175명이 면접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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