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지연 시인의 '기억할까요?' 육필원고. | ||
기억할까요?
과학 시간에 새로 안 사실인데요,
만약 우주가 진공상태가 아닐 때
“태양아!”하고
이 지구서 소리 내어 부르면
14년 8개월쯤 후에야 그곳에서 듣게 된대요.
만약 내가 “이 바보야!”하고 놀리면
14년 더 지나서야 불같이 화를 낼까요?
-크, 바보.
그럼 내가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외친 것도
아주 오래 오래 지난 뒤에야
듣게 되겠지요?
그때 난,
그렇게 외쳤던 거
기억할까요?
●빛의 속도는 1초에 지구를 일곱 바퀴 반을 돈다 하지요. 태양과 지구사이의 거리는 약1억 5,000만 km. 지구에서 빛의 속도로 태양까지 가는 데는 8분 19초. 그런데 소리는 초속 340m라 하니 이 속도로는 우주여행이 쉽지가 않겠지요. 하지만 동심으로는 뭐든 가능하지요. 생각의 순간이동! 이보다 더 빠른 속도는 없으니까요. -크, 바보. 태양아 용용 죽겠지 히히.
●아동문학가 오지연(吳智燕·1968년~ ). 제주 출생. 제주문학신인상(동화), 한라산 시문학상(시), 제주기독교문학상, 새벗문학상, 눈높이아동문학대전 대상, 푸른문학상 '새로운 시인상'(동시) 수상 외. 동시집 『기억할까요?』(2006. 아동문예刊) 외. 초등 5학년 1학기 국어활동 교과서에 동시 『버려진 개들』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