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평범하고 선한 사람들의 침묵이 만든 오욕의 역사를 지적했던 밀턴 마이어의 경고를 떠올리면서, 나치 당시 아우슈비츠를 묵인했던 저들의 편견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한 잔인한 폭력을 묵인하고 있는 대한민국 현실이나 한 치도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집행정지 청원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우선 청원에 인용된 밀턴 마이어가 무엇을 경고했는지 따져보자. 밀턴 마이어는 미국 언론인으로 1955년 나치를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저작 중 하나로 꼽히는 '그들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했다'를 출간했다. 그는 목수와 학생, 교사, 경찰관 등 평범한 나치 지지자 10명을 심층면접한 뒤 이 책을 썼다,  

저자의 결론은 나치가 독일을 장악하고 전쟁을 일으키며, 전대미문의 유대인 학살을 감행하기까지 전적으로 야만적인 폭력에만 의존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에 못지 않게 평범한 다수 독일인들의 암묵적 동의와 침묵이 큰 힘이 됐다는 것이다. 광범위한 대중이 나치에 대한 항의와 저항 보다는 협력과 동조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나치즘이 단순히 무기력한 수백만명 위에 군림하는 악마적인 소수의 독재가 아니라....(중략)....평범한 독일인이었다"고 지적했다. 

밀턴 마이어의 경고를 굳이 알지 못하더라도 우리 국민들은 정치의 타락에 침묵하지 않는 역사적 전통을 갖고 있다. 4.19혁명과 부마항쟁, 5.18광주민주화운동, 1987년 6월항쟁 등이 그것이다.

형집행정지를 청원한 국회의원들은 벌써 잊어버렸을 수 있지만 2016년 겨울을 뜨겁게 달구며 박 전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몰아낸 촛불시위도 이런 빛나는 전통을 계승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청원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의 구속수감은 잔인한 폭력이며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지 않으면 유대인 학살에 눈 감았던 독일과 같다는 것이니 졸지에 대한민국이 나치 독일로 전락할 판이다. 외국의 저명한 언론인을 제멋대로 갖다 불인 혹세무민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집행정지 청원서에는 김무성 의원 등 한국당 의원 67명과 무소속 서청원·이정현 의원,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 등 국회의원 70명이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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