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첫 방러, 푸틴과 첫 만남…‘하노이 노딜’ 충격 씻을 수 있나
김영철 교체 배경 주목…파격 인터뷰로 정상국가 이미지, 자신감 과시 
비핵화 해법 집중 논의…합의문 발표는 않기로 했지만 결과에 촉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첫 만남이자 북러 정상간 8년만의 회담이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린다.  

이번 회담은 여러 측면에서 과거 13차례의 북러 정상회담(비공식 회담 4회 제외)에 비해 관심도가 높다.  

김 위원장이 집권 7년 만에 옛 우방인 러시아를 처음 방문하는 것인데다 때마침 '하노이 노딜' 충격을 딛고 두 달 만에 외교무대에 선다는 점에서다.  

뿐만 아니라 이번 방러 일정을 앞두고 대미·대남 정책을 총괄해온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문책한 사실이 알려져 그 함의도 주목된다.  

강경파 김영철을 2선으로 물리고 장금철로 교체한 것이 비핵화 협상 라인을 일신한 것이라면 이번 북러 회담은 북미 교착국면에도 모종의 청신호가 될 수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군부 입장을 대변해온 74세의 김영철에서 민족화해협의회와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에서 민간교류 관련 업무를 담당해온 50대 후반의 장금철로 교체됨에 따라 향후 북한의 대남 태도도 상대적으로 유연하고 실용주의적 방향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 스스로도 언론 인터뷰에 응하는 파격적인 행보로 '정상국가' 면모를 보이려 했다. 

그는 전날 오전 러시아 국경 하산 역에 도착한 뒤 러시아 국영TV '라시야'의 인터뷰 요청에 "지역 정세를 안정적으로 유지 관리하고 공동으로 조정해 나가는데 매우 유익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블라디보스톡 역 도착 후 가진 환영행사에서도 밝은 표정과 활달한 동작을 보이며 자신감을 과시했다. 하노이 회담 때의 긴장되고 조급했던 모습과는 사뭇 달라진 것이다. 

이런 변수들이 가미됐기 때문인지 덤덤해보였던 블라디보스톡의 분위기도 정상회담이 임박하자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전날 김 위원장의 블라디보스톡 역 도착을 앞두고는 비바람이 부는 쌀쌀한 날씨에도 세계 각국 취재진은 물론 현지인과 관광객들이 대거 몰려 몇시간이나 기다리기도 했다. 

이런 상황들을 배경으로 북러 정상이 어떤 회담 결과를 내올지에 주변국들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크렘린궁 측은 "한반도 핵 문제의 정치적, 외교적 해법을 집중 논의할 것"이라면서도 회담 이후 별도의 합의문이나 공동성명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공식 발표는 아니어도 사실상의 합의를 이룬 것으로 해석할 여지는 충분하다.

김 위원장이 인터뷰에서 언급한 '지역 정세 안정'을 위해 북러 두 나라는 동시적·단계적 비핵화 방식을 견지하고 경제협력을 확대하겠다는 점에 입장이 일치한다.  

이번 회담이 지난해 5월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방북해 푸틴 대통령 친서를 전달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미뤄 사전조율도 충분히 이뤄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다만 명시적 결과는 내놓지 않겠다는 러시아 측 방침을 감안하면 구체적 합의 수준은 당초 목표에 이르지 못하거나 구두 합의에 머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는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최근 러시아를 방문해 북러 회담을 앞두고 미국 측 입장을 전달한 것이 어떻게든 영향을 줬을 수 있다.  

북러 간에도 의견이 갈리는 부분은 있다. 러시아가 큰 관심을 보이는 비핵화 협상의 다자구도 전환과 북한에게 절실한 문제인 해외파견 노동자 송환 등 대북제재를 놓고는 미묘한 입장차가 있다는 관측이다.  

러시아는 6자회담 재가동을 통해 발언권을 되찾으려는 반면 북한으로선 가능하면 미국과의 1대1 담판을 지름길로 인식하고 있다.  

북한 노동자 문제는 러시아로선 질 좋은 저임 노동력이란 측면에서 구미가 당기지만 미국과 부딪히면서까지 제재완화에 나설지는 의문이다.  

북한의 주요 외화 획득원인 해외 파견 노동자는 유엔 안보리 제재안 2973호에 따라 올해 말까지 전원 송환돼야 한다.  

러시아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확고한 이행 방침을 밝혀왔고 실제로 올해 노동쿼터에 북한 노동자는 1명도 배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회담은 북러 수교 70주년(작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있는 만큼 푸틴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성의 표시는 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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