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등 기념․기억해야 할 날 많은 `5월’
‘스승의 날’ 즈음 그 은혜 한층 더 마음에 새겨
 존경 담아 큰 소리로 “고맙습니다”조아리자

이병근
시인.문화평론가

매화가 봄을 알리는가 싶더니 뒤를 이어 철쭉꽃, 찔레꽃, 아카시아 꽃, 시가지에는 이팝나무 꽃이 줄을 잇고 어느 사이인가 ‘나도 꽃이지’ 하며 민들레가 집안 뜨락에 또는 담장아래 햇 밭에서부터 지천에 피어 있다. 이 시점이 오월의 중심이며, 오월은 꽃을 보듯이 넉넉한 마음으로 소중하고 고마운 사람들을 기리며 인사를 나누는 즐겁고 훈훈한 계절이다.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기념해야하고 기억해야 할 날들이 오월에 많이 있다. 어느 날 인들 축하하거나 기릴 만한 날이 아닐 수 없겠지만, ‘스승의 날’에 즈음해 그 은혜를 한층 더 높이어 마음에 새겨본다.

‘선생’이라는 호칭은 대체로 남을 가르치는 사람을 선생이라 하고, 그로부터 배움을 받은 자는 그를 높여 ‘스승’이라 한다. 전근대 사회에서 선생과 같은 의미로 사용했던 용어로는 교사, 사부, 훈장 등은 교육 대상자의 신분과 상황에 관련된 명칭이 있을 것이고 이런 호칭 중에서 사부(師父)의 속뜻은 순 우리말 ‘스승’이며, 스승과 아버지를 아울러 이르는 존칭이기도 하다.

조선교육사에 서당이라는 교육 기관이 있었는데 오늘의 초․중․고등학교에 비교 될 수 있는 글방이었다. 서당의 기원은 고구려, 고려, 조선시대로 이어지면서 여러 가지 형태로 발전해 왔다. 서당에는 유교적 교양과 지식을 겸비하고 글 짓는 솜씨가 뛰어 난 선비를 마을 주민 공동 경비로 또는 재산가의 사비로 ‘훈장’의 호칭으로 초빙해 서당을 운영했다. 훈장은 항상 윗사람을 존경으로 대했으며, 아랫사람에게는 엄하고 인자했다. 그런 스승의 권위와 스승을 대하는 태도를 이율곡의 ‘학교모범(學校模範)’이나 성균관 ‘학칙(學則)’에 ‘길에서 스승을 만나거든 두 손을 머리 위로 쳐들고 길 왼쪽에 서 있어야 하고, 말을 타고 가거든 몸을 엎드려 얼굴을 가리고 있어야 한다.’등 스승의 존귀를 일깨워 줬다.

훈장은 엄하기만 하지 않았다. ‘스승’이라는 위치에서 예사롭지 않은 지혜와 해학으로 풀 한 포기의 생명과 꽃 한 송이의 품격을 교재로 삼아 학동들에게 훈육했는데 그 예로 대부분의 훈장은 서당 마당에 민들레를 일부러 심어 글을 배우는 제자들에게 민들레가 가지는 아홉 가지 덕목을 포공구덕(蒲公九德)이라 해 제자들의 미래지향적 인격수양에 교훈으로 삼았다. 그래서 서당 훈장을 포공(蒲公)리라 했는데 이는 민들레의 약초명 포공영(蒲公英)에서 유래 한다.

첫 번째 덕목은 인(忍)이 있어, 밟히거나 우마차가 지나가도 죽지 않는 끈질긴 생명력이 있어 인이 덕이고/두 번째는 강(剛)이라 해, 뿌리가 잘리거나 캐내어 며칠을 말려도 싹이 돋고, 호미로 난도질을 해도 뿌리를 내려 굳건히 살아나는 강인함이 덕이고/세 번째는 예(禮)가 있어, 돋아 난 잎의 수만큼 꽃대가 올라와 먼저 핀 꽃이 지고 난 뒤 다음 꽃대가 꽃을 피우니 올라오는 순서를 알고 차례를 지켜는 질서와 예의가 있는 덕이고/네 번째는 용(用)이라 해, 여린 잎이나 뿌리를 먹을 수 있도록 온몸을 다 바쳐 인간에게 유용한 쓰임새가 있는 덕이고/다섯 번째는 정(情)이 있어, 봄에 가장 먼저 꽃을 피우며, 꽃은 벌과 나비를 불러 모으는 친근함이 덕이고/여섯 번째는 자(慈)가 있어 잎과 줄기를 자르면 흰 유액이 나와 상처를 낫게 하는 약초가 되니 베푸는 덕이 있고/일곱 번째는 효(孝)가 있어, 효력 있는 약재가 돼 뿌리를 달여 부모님께 드리면 흰머리를 검게해 부모님을 즐겁게 하니 효도의 덕이 있고/여덟 번째는 인(仁)을 지녔으니, 자기 몸을 찢어 짓이겨 즙을 내모든 종기를 낫게 하니 살신성인이 덕이고/아홉 번째는 용(勇)이 있어, 꽃이 피고 질 때, 씨앗은 바람에 실려 멀리 날아가 돌밭, 가시밭, 산과 들 어디에든 자리를 잡아 스스로 번식하고 융성하니 자수성가의 용기가 덕이라 했다.

마침 오월은 여러모로 예를 갖춰 “고맙습니다.”라고 표현 할 대상이 많다. ‘고마’라는 어원의 유래를 조선시대 어린이들에게 가르치던 기초한문서인 신증유합(新增類合)에 의하면 “고맙다의 어근 ‘고마’는 원래 ‘신(神), ‘존경(尊敬)’의 의미라 했다. 고마움의 대상을 존귀하게 여기며 존경, 즉 신과 같이 거룩하고 존귀한 분에게는 ‘고맙습니다’라고 표현한다고 했다” 이를 미뤄 짐작해 보면, ‘나’에게 있어 스승은 성인의 반열에 있는 그런 분이다. 이런 분에게 ‘감사합니다’라는 일제의 어원 보다는 순 우리말 ‘스승’에 걸맞게 님의 은혜를 마음에 담아 큰 소리로 “고맙습니다.” 조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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