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분포 기반 상대평가 시스템
직원 실제 성과 제대로 반영 못해
파레토 법칙 기반 평가체계 만들어야

 

홍운기 UNIST 경영학부 교수

UNIST에서 경영 통계 과목을 가르친 적이 있다. 통계는 매우 중요하고 실용적 학문이면서, 배울 때마다 처음 배우는 느낌을 주는 모호한 매력이 있다. 통계 수업에서 경영학과 학생들은 기업에서 사용할 확률, 추정, 검정 등의 필수 지식을 배우게 된다. 특별히, 수업의 후반부에는 표본(sample) 데이터를 활용하여 모집단의 특성을 예측하거나 가설을 검정하는 내용들을 다룬다.

통계는 어렵지만, 약간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두가지 종류의 ‘분포’에 대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먼저, ‘정규분포’이다. ‘정규분포’는 표본을 통한 예측과 가설검정을 위한 분석에 가장 기본이 된다. 예를 들어, 울산 남성 1,000명이 자신의 키에 대한 설문조사에 응답했다고 하자. 이때, 키의 평균이 173cm, 표준편차가 6cm라고 한다면, 키는 대략적으로 평균을 중심으로 종 모양(bell-shape)의 대칭을 띤 정규분포 형태가 된다.

또 다른 분포의 형태는 특수한 사건의 빈도가 급격히 줄어드는 멱함수를 따르는 분포이다. 이런 현상을 멱함수에서 살 찐 꼬리(fat tail) 혹은 롱-테일이라 부른다. 간단히 파레토 법칙을 생각하면 쉬울 것 같다. 파레토 법칙은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파레토가 국가 전체 부(富) 80%를 20%의 인구가 차지하고 있다는 주장에서 시작되어 흔히 80대 20법칙이라고도 불린다. 부의 쏠림 현상은 대다수의 부를 차지한 소수가 존재하는 비대칭의 ‘멱함수’ 형태와 더 닮았다고 할 수 있다.

UNIST 기술경영대학원 및 기업 강의를 하면서 울산에 임원들과 직장인들에게 ‘정규분포’와 ‘멱함수’의 형태를 설명하고, ‘직원들의 성과는 어떤 분포 형태와 더 닮았는가?’에 대한 질문을 해 보았다. 직원들의 성과는 정규분포의 형태와 비슷할까? 멱함수의 형태와 비슷할까?

그들의 대답을 종합하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 기업에서는 대부분 직원들의 성과는 상대평가의 형태로 실시한다. 누가 더 잘했고 못했는지에 대하여 고과를 산정하고 그에 맞는 보상을 하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성과 평가는 평균을 중심으로 상위 10%, 하위 10%과 같은 대칭적인 모습을 나타낸다고 한다. 이는 정규분포의 형태를 닮았다. 하지만, 직원들의 ‘실제 성과’는 정규분포의 모습과는 다르다고 인정한다. 특출나게 높은 성과를 나타내는 직원이 있지만, 대부분의 직원성과는 ‘종이 한장’의 차이일 뿐이라고 한다. 그 종이 한장 차이도 우연과 외부적 요소 때문인 경우가 많다.

구글의 최고 인사 책임자는 라즐로 복은 책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에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했다. “GE와 같은 곳에서 직원의 성과 등급이 정규분포를 따르는 것처럼 보이는 유일한 이유는 인적자원 부서나 경영진이 그런 분포일 거라고 줄곧 예상해왔고, 또 성과 등급을 평가하고 판정하는 사람들도 그런 기준을 따라야 한다고 훈련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보상 역시 동일한 분포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 정설로 굳어졌다. 하지만 이것은 직원들이 실제로 창조한 가치와 완전히 어긋난다.”

강의와 연구 실적들을 종합하여 UNIST 교수들도 상대평가를 받는다. 상위 10%, 하위 10%가 존재하는 거의 완벽한 모양의 정규분포 형태를 따르도록 상대화 하고 있다. 대부분 교수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의 노력으로 교육과 연구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는 하위 등급을 반드시 받아야만 한다. 상대평가와 정규분포의 패러다임이 학교 교수 평가시스템에도 들어와 있었다. 직원들의 성과는 상위 20%의 직원이 기업의 80%의 성과에 기여한다는 파레토 법칙과 닮았다.

어쩌면 90% 이상의 직원성과는 거의 비슷할 것이란 생각도 해본다. 기업에서는 ‘멱함수’의 형태를 띤 직원의 ‘실제 성과’를 ‘정규분포’의 형태로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고, 그에 따른 많은 문제점을 야기한다. 특출난 성과를 낸 직원에게는 인정과 보상을 해야 하겠다. 하지만, 모든 직원들을 상대평가로 줄 세워 정규분포로 만드는 것은 다시 한번 고려해보자. 정규분포의 패러다임이 아닌 파레토 패러다임으로 성과평가의 체계를 바꾸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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