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을 두고 울산지역 시내버스 노사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버스 파업 예정일을 하루 앞둔 14일 울주군 율리공영차고지에 시내버스가 주차돼 있다. 이날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서는 노사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조정회의가 열렸다. 우성만 기자 smwoo@iusm.co.kr

울산지역 시내버스 사업장 5곳의 임금·단체협약 교섭이 파업 예고 전날인 14일 오후 늦게까지 진통을 이어갔다.

# ‘마라톤’ 협상에도 입장차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울산지역 5개 버스 노사의 조정회의는 오후 9시30분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노총 산하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울산지역노동조합 소속 사업장인 울산여객, 남성여객, 유진버스, 대우여객, 신도여객 등 5곳 노사 대표는 조정회의에서 임금안 등을 놓고 수시간째 서로 입장 차만 확인하고 있다.

특히 쟁점은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발생하는 임금손실분이다. 오는 7월 1일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 한달 기준으로 현재 25.3일인 근무일수가 22일로 줄어드는데, 3.3일에 해당하는 임금보전이 필요하다고 노조는 주장하고 있다. 그 규모는 시급 기준으로 12.15% 수준이다.

그러나 사측은 만성 적자경영으로 지불 여력이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노조 요구안에는 △울산버스복지재단 설립 △무사고 수당 현 12만원→16만5,000원 인상 △만61세→만65세 정년연장 △계약직 채용 차별제도 폐지 등도 포함돼 있다.

이날 조정회의는 자정까지 이어갈 수 있는 만큼 노사가 막판에 입장차를 좁힐 가능성도 있다.

# 울산시 비상수송대책 마련… 4개 노선은 운행 중단 불가피

이날 울산지노위가 조정 중지를 결정하면 노조는 예고대로 15일 오전 4시부터 파업에 돌입하게 된다.

울산지역 전체 버스회사는 7곳으로 110개 노선, 749대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5곳의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107개 노선, 449대 시내버스가 멈춰 서게 된다.

울산시는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세버스를 투입하는 등 비상수송 대책을 마련한 상태다.

학성버스와 한성교통 등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시내버스 2곳의 버스 250대(70개 노선)는 정상 운행된다. 그러나 전세버스 63대와 출퇴근버스 7대가 투입되는 102번, 327번, 807번 등 36개 노선은 비상운영으로 운영 횟수가 줄어들면서 배차 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대체 버스를 투입할 여력이 없는 328번, 1137번, 1328번, 5003번 등 4개 노선은 운행이 중단된다.

지선버스 33개 노선 80대와 마을버스 9개 노선 43대는 정상 운행된다.

시는 혼선을 줄이기 위해 기·종점과 비상수송차량에 공무원 200여명을 배치한다.

시내버스 운행이 정상화될 때까지 택시부제와 승용차 요일제, 공영주차장 요일제를 전면 해제한다. 이같은 내용은 홈페이지와 버스안내정보시스템(BIS), 도로전광표지(VMS) 등을 통해 적극 안내하기로 했다.

울산시교육청도 시내버스 파업에 대비해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등·하교 시각 조정, 휴업 등을 학교장 재량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공문을 일선 학교에 보낸 상태다.

# “파업은 시민 볼모로 사회적 대혼란 야기”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울산시는 이날 오후 송철호 시장 명의로 호소문을 냈다.

송철호 시장은 호소문을 통해 “장기 불황으로 시민 모두가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인 만큼 시도 노사 중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노사 공히 대승적 차원에서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 서로 양보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파업만은 삼가주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송 시장은 “시내버스는 120만 울산 시민의 발이자,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으로 시민 모두의 공동재산”이라며 “시내버스 파업 강행은 매일 직장과 학교로 가야하는 시민과 학생을 볼모로 해야 하며 사회적 대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운수종사자 여러분의 일방적인 양보와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고, 주 52시간제에 따른 임금보전 등 문제를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어려운 이웃과 일자리를 나눈다는 취지에서 추진된 정책임을 헤아려 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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