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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각화와 교감할 수 있는 콘텐츠로 접근성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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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재욱 울산대학교 디자인학부
  • 승인 2019.05.1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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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매일-반구대포럼 공동 기획
대한민국 인류유산 '대국천암각화군' - 11. 대곡천암각화군의 접근성

반구대 암각화 100여m 떨어진 곳에서 관람 … 감흥 얻기 어려워
세계적 암각화 유산 대부분 제한 없이 바로 앞에서 관람하도록 허용
사연댐 이전 모습 복원·우드데크 설치 후 트레킹 프로그램 추천

 

관람객들이 암각화를 사실상 볼 수 없는 반구대암각화.(울산매일 포토뱅크)
정재욱 울산대학교 디자인학부

잘 팔리는 제품에는 2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과 나머지 하나는 구매를 부추기는 솔깃한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고객 접근성과 좋은 스토리텔링을 갖춘 제품이 잘 팔린다는 거다. 문화재를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도 국보, 보물, 사적, 시도지정문화재 등으로 나누어지지만, 결국 사랑받는 문화재와 잊혀진 문화재의 차이는 접근성과 스토리텔링에 의해 결정된다.

2008년 2월. 국보1호 남대문(숭례문)이 노숙인의 방화로 전소(全燒)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했고 불덩이가 되어 무너져 내리는 남대문을 바라보며 눈물 흘리는 국민이 적지 않았다. 늘 우리 곁에 있을 줄 알았던 대표적 문화재가 저렇게 허망하게 불타 없어진다는 사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관리에 소홀했고 무관심했던 스스로를 책망하는 반성의 눈물이었다.

자동차에 의해 고립된 남대문은 불을 낸 노숙자가 가서 숙박하기에 안성맞춤일 정도로 아무도 방문하지 않는 접근성 ‘제로’의 문화재였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남대문 방화사건 이후 남대문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모든 이의 관심 속으로 돌아왔다. 국보1호 남대문이 원형 그대로 잘 복원되기를 간절히 원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방화사건을 통해 남대문이 갖고 있던 스토리가 국민들에게 ‘감동(感動)’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접근성 제로 문화재는 무관심 불러

그렇다면 천전리각석과 반구대암각화의 ‘접근성’과 ‘스토리텔링’은 어떨까?
2018년 12월31일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는 336개의 국보문화재가 있고, 그 중 울산에는 국보 147호 천전리각석과 국보 285호 반구대암각화가 있다. 문화재보존과 식수확보의 우선순위 문제로 난리법석을 떠는 통에 반구대암각화가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오히려 우리나라 최초의 선사시대 암각화는 천전리각석으로 1970년 12월에 발견되어 1974년 국보로 지정되었고, 반구대암각화는 같은 조사단에 의해 이듬해 1971년 12월에 발견되었지만 24년이 지난 1995년이 되어서야 국보로 지정 되었다.

반구대암각화에는 다양한 종류의 고래모습과 함께 세계최초의 포경기록이 새겨져 있는데, 이런 희소성과 함께 1986년까지 포경산업이 활발했던 울산 장생포의 이미지와 연결되면서 울산을 대표하는 국보가 되었다.

한편, 천전리각석은 상부에는 기하학적 문양, 동물과 사람 등 선사시대의 바위그림으로 채워져 있으며, 하부에는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인물·기마행렬도와 범선 등이 예리한 선각화로 그려져 있고, 800자가 넘는 명문도 함께 새겨져 있어서 반구대암각화와는 또 다른 의미로 역사적 가치가 높은 국보이다.

문화재청은 2010년 1월, 이 두 가지 암각화 문화재를 함께 ‘대곡천 암각화군’이란 이름으로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하고 최종적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즉, 둘 다 국보문화재이며, 둘 다 암각화문화유산으로서 함께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되어 있는 매우 가치가 높은 문화유산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천전리각석과 반구대암각화의 접근성(관람환경)은 천지차이이다. 천전리각석은 관람객의 접근을 막는 나지막한 펜스가 있긴 하지만 관람 동선을 따라 우드데크(wood-deck)가 설치되어 있고, 오히려 이렇게 가까워도 관리가 되나 싶을 만큼 암각화와 관람객 사이의 거리가 가깝다. 문화재의 접근성이 이보다 좋을 수 없다.
 
데크 설치로 관람객들의 접근성을 높인 천전리각석.(울산매일 포토뱅크)

#천전리각석 비해 반구대암각화 접근성은 최악

반면, 반구대암각화는 강(수로) 너머 10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오후 3~4시 사이 햇볕이 측광이 되는 시간대를 노려서 망원경의 각도를 조바심내지 않고 잘 조절해야만 비로소 볼 수 있다. 그것도 운이 좋아서 암각화가 물에 잠기지 않는 때에 방문 해야만 한다는 조건이 추가된다. 문화재 접근성이 이렇게 나쁠 수가 없다.

문화재에 있어서 ‘보존’과 ‘활용’은 서로 상반되면서도 동일한 개념이다. 보존 없이는 활용이 있을 수 없고, 활용하지 않는 보존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는 보존에 무게를 두다가도 상황이 바뀌면 활용에 무게를 두면서 관리의 방향이 변하게 되는데, 그 중간에서 바로미터의 역할을 하는 키워드가 ‘접근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접근성’이 나쁘면 관람객에 의한 훼손이 없어서 문화재가 원형 그대로 보존이 되고, ‘접근성’이 좋으면 많은 사람들의 방문으로 문화재 활용성은 높아지지만 훼손의 위험도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천전리각석의 관람환경과 반구대암각화의 관람환경을 대해서 어느 것이 옳고 그른지를 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같은 이름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동일한 성격과 가치의 문화재라면 관리의 기준도 동일하게 적용해서 관람객들에게 유사한 ‘접근성’을 제공해야만 향후 세계문화유산 등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방문하는 유네스코의 평가위원들도 납득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암각화 국보문화재’인 천전리각석과 반구대암각화에게 적용할 바람직한 ‘접근성’은 무엇일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천전리각석과 반구대암각화는 동일한 성격의 문화재임에도 불구하고 관람객의 접근성에 있어서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둘 다 암각화문화재이므로 이와 유사한 사례들을 검토하여 관리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타눔(스웨덴), 발카모니카(이탈리아), 코아(포르투갈) 등 세계적 암각화유산의 사례를 살펴보면 그 해답을 알 수 있다.
 

 
#일몰 후 입장 금지외 관람 제약 없는게 일반적

사진(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일반적으로 우드데크를 설치하여 간접적으로 관람객들의 동선을 유도하고 있는 것과 일몰 이후에는 입장을 금지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제한 없이 암각화 바로 옆까지 관람객의 접근을 허용하고 있다.

세계적인 암각화 유산의 관리자들이 문화재 훼손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접근성을 높이는 것은, 단순히 가까운 거리에서 암각화를 자세히 보여주자는 이유라기보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기록’ 중의 하나를 관람객이 보면서 수천 년 전 누군가의 이야기에 대해 시간을 뛰어넘어 ‘공감’ 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공감’은 ‘관심’으로 이어지고 그 ‘관심’들이 모여 사랑받는 문화재가 될 때 관람객의 접근을 막아 놓는 것 보다 훨씬 더 큰 문화재 보존의 힘이 생겨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문화재의 지속가능성은 세계문화유산으로의 지정도 중요하겠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는가에 달려있다. 그래서 특정 문화재의 ‘접근성’은 단순히 문화재 관람의 용이성을 얘기하는 공간적 문제가 아니라 해당 문화재 보존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되는 것이기에 신중하면서도 지혜로운 결단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반구대암각화의 ‘접근성’은 적극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사연댐의 수위조절 정도의 타협안이 아니라 반구대암각화에로의 접근을 가로막고 있는 수로를 없애고 사연댐이 생기기 이전의 모습을 목표로 복구하여야만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평가기준인 ‘완전성(integrity)’을 충족하며 선정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
 
#암각화와 교감•감동할 수 있는 콘텐츠 필요

수로 문제가 해결되면, 현재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는 전망대에서부터 반구대암각화까지 최소한의 공간으로 만들어진 우드데크를 연결 설치하여 실질적인 관람객의 접근성을 확보하여야 한다. 유산에 대한 관심과 이해는 실질적으로 그 유산을 봤는지 여부에 따라 확연히 갈리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 만들어진 모형이나 잘 찍은 영상, 탁본이라 하더라도 원작이 주는 감동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동시에 반구대암각화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동반될 수 있는 콘텐츠가 제공되어야 한다. 선사 히어로 같은 블록버스터 급의 영화도 좋겠지만, 스토리와 해설이 곁들여진 트레킹(trekking) 정도의 담담한 프로그램이면 좋을 것 같다. 인원수 제한을 전제로 적당한 구간을 야간 트래킹 한 뒤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각석을 뚜렷이 관찰할 수 있는 LED조명 아래서 문화해설사에 의한 ‘선사 별밤 이야기’ 라면 더욱 좋을 것이다.

낮에는 경험할 수 없는 심야의 자연 속에서 벌레소리, 적막감, 별, 물소리 ... 그리고 암각화.
굳이 스토리가 없더라도 암각화와 강한 ‘교감’ 만끽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한 ‘감동’과 ‘관심’을 키워나갈 수 있는 콘텐츠야 말로 관람객에게 가장 강력한 접근성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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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욱 울산대학교 디자인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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