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의회가 지역 대기업들의 최근 움직임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물적분할 후 서울에 중간지주회사를 설립하기로 한 현대중공업에 대해 시의회는 ‘한국조선해양 울산존속 촉구 결의안’을 의결하는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강동리조트, KTX울산역 복합환승센터 건립 약속을 지키지 않는 롯데에 대해선 ‘불매운동’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지역 기업들에 대해 말과 행동을 아껴오던 시의회가 여야 한 목소리로 초강경 대응에 나선 것은 그만큼 사태가 심각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시의회는 현대중공업의 서울 중간지주사 설립을 사실상 현대중공업의 본사 이전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신설 자회사인 현대중공업의 본사가 울산이고, 기존의 공장이 그대로 존속하고 일부 연구 인력만 이동하는 것이어서 ‘본사 이전’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사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특히 시의회는 서울 중간지주사 설립이 그동안 지역 사회가 현대중공업의 위기 극복을 위해 펼친 노력에 반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시의회는 지난해 ‘현대중공업 공공입찰 참가제한 유예 건의안’을 의결하고, 현대중공업의 회생을 원하는 시민들의 뜻을 모아 청와대와 국회에 이를 전달하는 등 공공선박 발주 입찰 재개에 적잖은 기여를 했다.

시의회는 롯데의 KTX울산역 복합환승센터와 강동리조트 조성 사업 지연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냈다. 롯데는 지난 2015년 KTX울산역 복합환승센터 건립에 2,520억원을 투자하겠다며 시로부터 파격적인 가격에 부지를 넘겨받았으나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착공을 돌연 취소, 주상복합아파트를 제안했다. 강동권관광사업의 핵심시설인 강동리조트도 수익성 문제로 공사를 중단하고 레지던스 건립을 추진해 시민들을 실망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롯데케미칼의 미국 3조6,000억원을 투자해 에틸렌 공장을 준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의회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현대중공업과 롯데 등의 대기업들이 그동안 지역 사회를 위해 기여해 왔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최근의 행태로 보면 실망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현대중공업은 창사 이래 반세기 동안 울산에 본사를 두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명실상부한 향토기업이자 울산의 상징이었다. 롯데도 울산이 창업주의 고향으로 시민들은 그동안 향토기업이란 인식이 강했다. 현대중공업과 롯데가 지역 사회의 애정과 자긍심을 헌신짝처럼 내 던지는 선택을 하지 않아야겠다. 지역사회와 협력하고 상생하는 모습이 계속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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