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금고운영 만기 앞두고 지방-시중은행 경쟁
행안부, 협력사업비 규모 절반 축소한 개정안 내놔
지방은행들 펼쳐왔던 사회공헌사업 간과해선 안돼

 

강태아 자치행정부 부장

자치단체 금고 운영을 둘러싼 지방, 시중은행 간 유치경쟁이 심상치 않다. 막강한 브랜드 파워와 자금력을 앞세운 시중은행들이 광역시뿐 아니라 기초자치단체 금고은행까지 넘보고 있는 것.

시중은행의 이같은 움직임은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영업환경이 악화돼 우량기업 영업과 함께 기관영업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데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올해 금고운영 만기를 앞둔 광역·기초단체는 총 50곳에 달한다. 이중 광역단체는 울산을 포함해 대구시, 충남도청, 경북도청, 경남도청 등 5곳이다. 2017년 결산기준 울산시의 세입 총액은 4조3,500억원에 달하고 경북도 9조9,970억원, 경남도 8조9,900억원, 대구시 8조5,000억원 등이다.

은행들은 금고 운영을 맡게 되면 3~4년간 수조 원에 달하는 지자체 세입·세출을 관리하며 예치금을 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된다. 예치금 운용으로 얻는 수익은 물론 예대율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금고 운영권은 금융기관의 대내외 신용도와 재무구조 안정성, 자치단체에 대한 예대출금리, 주민 이용 편리성, 금고 업무 관리능력, 지역사회 기여 및 자치단체와 협력사업 등으로 평가해 결정된다.

그런데 배점이 큰 신용도와 재무안정성 등은 거의 만점 수준이고 지역주민 이용 편의성 역시 지역 주요 거점마다 영업점을 갖추고 있어 그동안 협력사업비 등이 승부를 가르는 변수였다.

이런 가운데 시중은행들의 가세로 최근 협력사업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과 인천에서 수천억 원대의 협력사업비 경쟁을 벌인 게 바로 그것. 무리한 협력사업비와 금리혜택 등의 부담은 은행 경영지표에 악영향을 끼칠 정도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방은행 노사는 시중은행의 협력사업비 공세에 대해 지역에 대한 ‘횡포’라고 규정하며 지방은행의 역할론을 강조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지역경제발전과 지방은행의 생존을 위해, 협력사업비 만으로 금고지기가 정해지는 현재의 금고 선정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행정안전부가 지난달 하순 내놓은 개정안은 신용도와 재무구조의 안정성 항목을 기존 30점에서 25점으로 축소하고 협력사업계획 배점을 4점에서 2점을 줄인 것 등이 골자다. 금고 운영 기한이 다 된 지자체는 이를 토대로 지역에 적합한 운영 방안을 조만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협력사업비는 사실은 은행 고객들의 돈이다. 협력사업비 규모가 늘수록 시금고 운영으로 얻는 경영상 수익보다 지출되는 비용이 커져 대출금리와 수수료 인상 요인이 되는 등 다시 고객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

울산시도 올해 하반기 새로운 금고 운영자 선정에 나선다. 그동안 3년주기로 하던 금고 운영기간을 4년으로 늘린 뒤 첫 금고지기 선정이다.

지난번 시금고 선정때 1,2금고 합쳐 3년간 72억원(1조원당 10억원)의 협력사업비가 제시된 만큼 1년간의 운영기간이 더 늘어난 올해에는 협력사업비 규모가 100억원은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력사업비가 운영권자를 결정하는 잣대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행안부가 협력사업비 부분에 대한 배점을 절반으로 줄인 것도 이를 단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방은행들이 그동안 금고지기를 맡으면서 펼쳤던 사회공헌사업 등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지난 겨울 울산농수산물 도매시장에 불이 났을 때 울산의 ‘금고지기’들이 자기들의 일 인냥 팔을 걷어부치고 도운 사실 등을 말이다.

지방은행으로서 큰 자부심으로 생각하는 ‘금고지기’란 타이틀을 빼앗긴 지방은행들이 다시 팔을 걷어 부칠수 있을까. 그렇다고 지금까지 지역 사회 공헌을 소홀히 해 온 시중은행이 지자체 금고 유치를 계기로 그 역할을 맡을 지도 의문이다.

단순 재정수입만이 아니라 지방 경제 전체를 고려하는 지자체 등의 정책적 배려가 이번 시금고지기 선정에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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