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경 내세운 ‘걸캅스’ 개봉하며 이슈
  디지털 성범죄 다뤄 여성 관객 공감
  페미니스트 스스로 시장 보존 활동
  실질적 문화 영향력 키우기엔 한계

최근 영화 ‘걸캅스’가 개봉하면서 극장가에 퍼진 ‘영혼 보내기' 운동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영혼 보내기는 극장에 가지 않고, 돈을 주고 좌석을 예매하는 행위를 뜻한다. 사진은 (위에서부터) 걸캅스, 미쓰백, 허스토리. 연합뉴스

최근 극장가에 퍼진 '영혼 보내기' 운동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영혼 보내기는 극장에 가지 않고, 돈을 주고 좌석을 예매하는 행위를 뜻한다. 영화를 이미 봤거나, 사정상 못갈 경우 영화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기 위해 이런 방식을 쓴다.
티켓을 살 때는 주로 상영관 맨 앞자리나 구석자리 등 인기가 없는 좌석을 구매해 다른 관객에 대한 피해를 줄인다. 이를 놓고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소비 행위이자, 새로운 응원 문화라는 의견과 시장질서 왜곡 행위라는 반론이 나온다.

영혼 보내기 운동이 이슈로 떠오른 것은 ‘걸캅스'가 개봉하면서부터.
여성 경찰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이유 등으로 개봉 전부터 일부 ‘남초' 커뮤니티에서 조롱 섞인 악플에 시달렸고,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도 평점 테러를 당했다. 그러나 지난 9일 개봉 이후 꾸준히 박스오피스 3위권을 유지하며 19일 기준 누적 관객 123만명을 기록했다. 손익분기점은 약 180만명이다.
이런 약진은 여성 관객의 적극적인 지지 덕분이다. CGV 관객 성별 분포를 보면 ‘걸캅스' 여성 비중은 74%로, 남성 비율(26%)을 압도한다. 남성과 여성 비율이 51%대 49%로 비슷한 ‘악인전'과 대조를 이룬다.

여성 관객들은 ‘걸캅스'가 우리 사회 만연한 디지털 성범죄를 다룬 점에 공감하며 여성 영화 발전 차원에서 영혼 보내기 운동도 펼친다. 한 누리꾼은 “‘걸캅스' 개봉 첫날 조조 우대로 8명을 예약해 보냈다”며 인증샷을 올렸다.
사실 영혼 보내기 움직임은 지난해 10월 ‘미쓰백' 개봉 때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미쓰백'은 아동학대와 상처받은 여성 간 연대를 다룬 작품으로, 한지민의 열연으로 호평받았다.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3위로 출발하며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N차 관람'과 영혼 보내기 운동이 이어지면서 최종 72만명을 동원, 손익분기점 (70만명)을 넘겼다.

이외에 영화 ‘허스토리' ‘항거: 유관순 이야기' 등도 영혼 보내기 대상이 됐다. ‘미쓰백'은 상업영화로 분류됐지만 독립영화 성격이 강한 반면, ‘걸캅스'는 전형적인 상업 오락영화라는 점에서 더욱 이슈 중심에 선 것으로 보인다.
영혼 보내기 운동에 대해선 다양한 시선이 있다. 관객의 적극적인 의사 표현 한 방법이자, 새로운 문화운동 일환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영화계 관계자는“본인이 응원하는 영화에 기부하는 것과 똑같은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유독 여성 중심 영화가 흥행이 잘 안되고, 잘 만들어지지도 않다”면서 “페미니스트들이 스스로 시장을 보존하려는 방어 활동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의사 표현의 한 방법으로서 의미 있는 시도이지만, 실질적인 문화적 영향력을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지적했다.

영화 사이트에는 “영혼보내기 운동으로 흥행한 영화라고 알려져서 오히려 반감을 갖게 한다” 등 역효과를 우려하는 글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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