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법인분할)’을 앞두고 노사 갈등이 어느 때보다도 격화되고 있다. 노사가 대립하는 핵심 쟁점은 ‘단체협약’이다. 회사는 “근로조건 유지”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노조는 “단체협약 승계 없인 무의미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이 현실화되면, 상당수 조합원들은 신설되는 사업회사인 ‘현대중공업’ 소속이 된다. 이때 기존 현대중공업 노사가 만든 단체협약은 승계될까.

답부터 이야기하자면, 절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단체협약은 규범적인 부분과 채무적인 부분으로 구분된다.

규범적인 부분은 ‘근로조건과 기타 근로자의 대우’와 관련한 부분이다. 수당과 상여금, 퇴직금 등을 포함한 임금, 근로시간, 휴가 등이 포함된다. 실질적으로 조합원 개개인의 처우와 관련된 것으로, 이는 소속 사업장이 바뀌더라도 자동으로 승계된다. 회사와 조합원 개인의 계약으로 전환해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채무적인 부분은 노동조합과 회사가 합의한 집단노동관계에 대한 조항을 말한다. 노조 사무실 운영과 전임자에 대한 부분이나 조합비 지급 등 노조활동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사업장이 바뀌게 되면 이에 대해서는 노사가 다시 협의해 체결하도록 정하고 있다.

앞서 회사가 “고용과 근로조건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수차례 밝힌 것은 단체협약의 ‘규범적인 부분’에 해당한다. 결국 관련 법 등에 따라 자동으로 승계해야 하는 일부 단체협약에 대해서만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셈이다.

노조는 사실상 단체협약의 ‘채무적인 부분’과 조합원의 근로조건이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밝혔다. 노동조합 활동이 보장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근로조건 후퇴와 구조조정 등 조합원들의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당장 조합비 납부 문제가 걸려있다. 회사가 단체협약을 승계하지 않으면 현재 임금에서 원천징수해 노조 측에 조합비를 일괄 지급하는 방식이 적용되지 않는다. 매달 3억원가량에 달하는 조합비를 노조가 원활하게 확보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파업과 집회 등 투쟁 과정에는 현수막 제작 등 적잖은 비용이 드는데, 자금 확보가 어려워지면 노조의 투쟁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실제 2017년 현대중공업에서 현대보로틱스(현대중공업지주)와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등 3개사가 분할된 이후 회사가 단체협약을 승계하지 않으면서 10개월 동안 노조 조합비가 지급되지 않았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단체협약을 승계하지 않으면 노조활동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고, 이는 절대 조합원 개개인의 근로조건과 무관하지 않다”며 “노조가 위축되면 회사는 일방적으로 각종 개악안을 요구하게 될 거고, 장기적으로는 다시 구조조정 고용불안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 노조는 ‘물적분할’에 반발하며 20일 사흘째 부분파업에 나섰다.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이날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4시간 파업을 벌였고, 사업자별로 천막농성에도 돌입했다.

노조는 21일 4시간 파업을, 22일 8시간 전면파업 후 상경집회 등을 예고하고 있다.

회사는 이번 파업을 노동위원회 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은 불법행위로 보고 엄정대응을 경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을 승인하는 임시 주주총회는 오는 31일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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