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제성과 평가 국민 체감경기와 큰 시각차
소득주도성장 정책 소득불평등 개선 취지라지만
기업 성장 기초로 한 분배 부작용 보완해야 가능
경제 기초 뒷받침 할 제조업 육성 총력 기울여야

 

송정호
이삭푸드서비스(주) 경영고문
전 인제대학교 겸임교수

정부는 대통령 취임 2주년에 앞서 ‘문재인 정부 출범 경제부문 2주년 성과’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정부는 이 자료에서 “소득 3만 달러를 달성했고 대외 건전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견고하다”고 분석했다. 이런 정부의 시각과는 달리 경제계는 정책이 성장과 분배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지 못하면서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2년간의 경제성과에 대한 정부의 평가가 경제계는 물론 일반국민의 체감경기와는 너무 큰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현 정부 출범 당시 내놓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가운데 경제 분야의 핵심 정책인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의 결과물을 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2년 전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 ‘공공부문이 마중물이 돼서 소득불평등을 개선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양극화가 심하면 경제의 총수요가 줄어 성장이 부진에 빠지기 때문에 불평등을 줄여야 수요를 늘리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기업활동을 통해 견고한 성장을 기초로 한 분배정책으로 부작용을 보완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뤄야 가능하다.

한국경제학회를 비롯한 50여개 경제관련 학회는 지난 2월 성균관대에서 1,500여명의 국내외 경제학자가 참석한 가운데 ‘2019년 경제학 공동학술대회’를 열었다. 국내 대표 경제학자들이 분석 보고서를 공개하고 토론회가 열린 올해 전체회의 주제는 ‘한국경제, 정부 정책의 평가와 포용적 과제’였다.

토론회의 대체적 결론은 이렇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해 노동시간이 줄면서 임금상승 효과가 상쇄됐을 가능성이 높다. 임시·일용직 고용이 큰 폭으로 줄면서 소득분배는 악화됐을 가능성이 높다. 소비가 다소 늘었지만, 서비스업 등 내수 업종은 오히려 침체됐다. 투자는 큰 폭으로 하락했으며, 생산성도 감소했다. 총수요 측면에서 소득주도성장론의 효과는 관찰되지 않았으며, 생산성과 투자가 꺾이면서 장기성장에 대한 전망은 어두워졌다.

특히, 투자는 큰 폭으로 꺾였다. 투자를 의미하는 자본형성은 5.14%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가 줄면 단기 성장률 뿐만 아니라 미래의 성장 가능성마저 하락한다. 설비투자의 급격한 감소, 고용 감소, 생산성 감소 등으로 잠재적 경제성장율이 저해될 것으로 우려 된다는 것이다.
GDP 성장률도 현 정부 출범 이후 0.13%p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및 고용증대→총수요증대→기업생산증가→경제성장’이라는 소득주도성장의 연결 고리가 각 마디마다 모두 실격 판정을 받은 것이다.

3년차에 접어든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해 한국을 대표하는 경제학자들이 사실상 낙제점 평가를 내렸다. 고용, 소비, 총수요 등 소득주도성장의 정책 목표는 달성하지 못하고 도리어 경제 기초 체력을 훼손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린 것이다.
경제의 현실은 냉혹한데 정부가 정책 성과를 침소봉대하거나 너무 안이한 시각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자료에서 정부는 자영업자를 집중 지원했고, 최저임금 인상 및 근로시간 단축 연착륙을 지원한 점을 성과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충격을 무마하기 위한 보완책일 뿐 정책의 성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남의 적폐만 크게 보이고 청산해야만 할 대상이라고 치부하는 동안 자신의 적폐가 쌓여감을 잊어서는 안될 일이다. 아직도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 3년차에 접어든 현 정부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도 아직은 40%대 후반이다. 국정수행에 대한 동력은 충분하다. 경제정책방향에 대한 키만 바로 잡는다면 경기진작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출범 2주년을 맞아 실시된 최근의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최우선으로 중점을 둬야 할 분야는 외교안보, 대북정책, 적폐청산이 아닌 경제분야라는 점이다.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달콤하지만 이론적 빈약함을 지닌 소득주도성장론에 더 이상 함몰되지 않고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튼튼히 할 수 있는 제조업 육성에 총력을 기울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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