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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창] 정주영·신격호 브랜드는 울산의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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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정원 편집국장
  • 승인 2019.05.2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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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삼동 출신 신격호… 관련 기념사업 울산시 주도 마땅
울산서 굴지의 재벌그룹 신화 이룬 정주영도 ‘울산브랜드’
그들이 남긴 기업가 정신 옅어지기 전 기념관 등 건립돼야

강정원 편집국장

지역의 이름난 인물은 그 도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자산이다. 유명인들과의 인연을 도시 브랜드로 활용하고, 지역발전의 수단으로 삼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소설가 박경리가 타계한 뒤 전국의 3개 지자체가 추모 사업에 나섰다. 박경리는 통영에서 태어나 원주에서 하동을 무대로 한 대표작 ‘토지’를 썼다. 원주와 통영은 그의 유품을 놓고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그의 문학을 기리는 공간도 강원도 원주의 박경리 문학공원과 토지문학관, 경남 하동의 평사리 문학관, 통영의 박경리 기념관 등이 경쟁적으로 들어섰다.

독립운동가 만해 한용운의 추모 사업도 치열하긴 마찬가지다. 그는 충청도 홍성군에서 태어나 강원도 인제군 백담사에서 출가한 후, 서울 성북구 심우장에서 말년을 보냈다.

강원도 인제군은 ‘님의 침묵’을 집필한 백담사를 인연으로 인근에 만해마을을 건립하고 해마다 만해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홍성군은 ‘만해 한용운 생가터(충남도기념물 제75호)’를 조성해 놓고 만해 콘텐츠를 지역 관광산업에 활용하고 있다. 서울시와 성북구도 만해가 1933년 지은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550호 심우장을 역사문화관광 콘텐츠로 활용하고 있다.

울산을 연고로 한 유명인들도 적지 않고, 이들을 위한 추모 사업도 다른 지자체 못지않게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광복회 총사령 박상진,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소설 ‘갯마을’의 작가 오영수, 동요 ‘봄 편지’의 서덕출이 그들이다.

다음은 누구일까? 가장 유력한 이들은 우리나라 산업화에 앞장선 경제인들이다. 우선 떠오르는 인물이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다. 지난 22일 울산에 온 롯데그룹지주 황각규 대표이사는 신격호 명예회장의 사후(死後)에 대한 짧은 한마디를 남겼다. 신 회장의 유택(幽宅)에 관한 언급이었다. 그가 언급한 자리는 당연히 신 회장의 고향인 울산이다.

신 회장은 울산 삼동면 둔기리에서 빈농의 10남매 중 맏이로 태어났다. 그는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것이 싫어 단돈 83엔을 들고 무작정 일본행 배를 탄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 ‘껌’과 부동산 사업으로 성공한다. 한일협정 후인 1967년 4월 자본금 3,000만원으로 롯데제과를 창업하고, 1989년엔 서울 한복판에 백화점과 호텔을 지어 성공가도를 달린다. 롯데는 현재 재계순위 5위로 식품, 유통, 화학·건설·제조, 관광·서비스, 금융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을 펼치는 종합그룹으로 성장했다.

오늘의 롯데가 있기까지 신 회장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이른바 ‘형제의 난’ 등으로 쓸쓸한 말년을 보내고 있긴 하지만 신격호 회장은 울산이 낳은 최고의 경제인임에 틀림이 없다. 따라서 그의 사후에 추모 사업을 벌인다면 당연히 울산이 주도해야 한다. 이는 최근 롯데가 울산에서 벌이고 있는 행태와는 별개의 문제다. 다행히 롯데가 문제 사업들을 정상적으로 이행하겠다고 하니 차분히 지켜봐야 한다. 롯데가 창업주의 태생지에서 더 이상 덜컹거리지 않기를 바란다.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도 울산을 연고로 한 경제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 땅인 강원도 통천군 송전리 아산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울산의 조선소(현대중공업)와 자동차 공장을 기반으로 국내 굴지의 재벌그룹 신화를 이뤄냈다.

현대중공업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의 법인 주소지(본사)를 놓고 지역사회가 ‘울산 존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회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본사를 서울에 둬야한다는 회사 측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지역사회가 불안해하는 이유 중엔 ‘아산 정주영’을 놓치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은 있다. 울산시가 한국조선해양 본사가 울산에 안착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롯데 신격호’와 ‘현대 정주영’은 오롯이 산업수도 울산의 브랜드가 돼야 한다. 그런데 울산 지역사회는 지금껏 그 흔한 기념관조차도 만들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그들이 남긴 기업가 정신은 갈수록 옅어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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